[르포]태평양 품은 릴리 혁신기지…송도서 K-바이오 미래 키운다

빅파마 노하우·스타트업 혁신 한 공간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내년 송도 공동 개소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샌디에이고 사이트 전경. ⓒ 뉴스1 문대현 기자

(샌디에이고=뉴스1) 문대현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Torrey Pines). 짙푸른 태평양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여름 하늘 아래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밀집했다. 이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클러스터에 포함된 일라이 릴리의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illy Gateway Labs·LGL)'다.

'바이오 USA'를 위해 모인 국내 취재진은 25일(현지시간) LGL을 방문해 릴리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살펴봤다. LGL은 연구개발(R&D) 자문과 투자 네트워크까지 한곳에서 지원받으면서 초기 바이오텍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1년여 전 개소한 LGL 샌디에이고 사이트는 1만 1150㎡ 규모에 18개 모듈로 구성됐다. 바로 옆 건물에는 글로벌 CRO 찰스리버랩스가 입주해 입주 기업들은 인근 CRO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최대 15개 기업까지 수용 가능한데, 현재 10개 바이오텍이 입주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출입 절차는 예상보다 엄격했다. 입주 기업들의 연구 성과와 기술 보호를 위해 내부 사진 촬영은 제한됐고 방문객 이동 역시 지정된 동선을 따라 이뤄졌다.

복도 양옆으로 이어진 연구실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실험에 집중하고 있었다. 유리 벽 너머로는 최첨단 연구 장비들이 쉼 없이 가동됐다.

로비한 쪽 벽면에는 'By Supporting Bold Innovation'(대담한 혁신을 지원한다)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릴리의 방향성을 실감케 했다.

스타트업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고가의 연구 장비가 눈길을 끌었다. 고성능 이미징 시스템과 시퀀서, 플레이트 리더 등 다양한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고, 멸균시설과 세척실 등 연구 인프라도 함께 제공된다. 실험 시약 역시 릴리의 글로벌 구매망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받는다.

현재 샌디에이고 사이트에는 신경과학, 종양학, 면역학, 세포·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텍이 입주해 있다. 입주 기업들이 장점으로 꼽는 부분은 릴리 연구진과의 접점이다. 정기적인 네트워킹 행사와 과학 세미나를 통해 연구개발 과정에서 직접 의견을 나누고 글로벌 신약 개발 경험을 공유받을 수 있다.

초기 기업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제약사의 연구개발 노하우에 상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경쟁력이다.

이상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릴리와 'C랩 아웃사이드'로 바이오텍 키운다

릴리는 이 같은 모델을 한국으로 확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함께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에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C랩 아웃사이드'를 조성한다.

2027년 7월 완공 예정인 C랩 아웃사이드는 지상 5층, 연면적 약 1만 2000㎡ 규모로 들어선다. 연구시설과 사무공간, 회의 시설 등을 갖추며 약 30개 바이오텍이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기업 선정과 운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릴리가 공동으로 맡는다. 모집은 2026년 4분기 시작되며 시리즈B 이하 초기 바이오텍이 대상이다. 입주 기간은 기본 2년, 최대 4년이다. 이미 글로벌 빅파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번 협력은 글로벌 제약사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국내 기업과 협력해 운영되는 첫 사례다. 중국에 이어 미국 밖 두 번째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거점이 한국에 들어서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릴리의 신약개발 노하우와 자사의 세계적 수준 CDMO 역량을 결합해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공정 개발과 생산까지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해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랩 아웃사이드 조성과 함께 250억 원 규모의 산업육성기금 조성도 추진한다.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국내 바이오텍 투자, 전문인력 양성 등 기존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국내 바이오 생태계 육성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송도 C랩 아웃사이드가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 협력과 투자 기회를 넓히는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입주 자체가 투자나 기술이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기업의 기술력과 연구 성과가 성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상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릴리와 삼성바이오가 함께 입주 기업을 선발한다. 선정 기준은 릴리가 글로벌에서 적용하는 기준"이라며 "우수한 기업이라면 릴리와 삼성바이오 모두 투자와 협력을 검토할 수 있다. 바이오텍이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교육 전략을 함께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6' 내 기업 세션에서 일라이 릴리 관계자가 발표하고 있다. 2026.4.30 ⓒ 뉴스1 문대현 기자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