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 ADC 조기 기술이전 넘어 후기임상 선택지 넓혔다

국민성장펀드 첫 바이오 직접투자…첨단전략산업기금·오리온 참여
기술이전 전략 유지하되 자체 임상 여력 확보…"선택지 많아져"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회장.(오리온그룹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내 바이오텍이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을 초기에 기술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후기 임상까지 직접 끌고 갈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는 사례가 나왔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000억 원을 조달하며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2·3상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장기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리가켐바이오에 대한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했다. 국민성장펀드의 첫 상장사 직접투자이자 바이오 기업에 대한 첫 직접투자 사례다.

이번 투자는 첨단전략산업기금 2500억 원과 최대주주 오리온 및 국내 기관투자자 2500억 원으로 구성된다. 조달 방식은 전환사채(CB) 1700억 원과 전환우선주(CPS) 3300억 원을 발행하는 제3자 배정 방식이며 만기는 10년이다. 발행가는 자본시장법상 산정 방식에 따라 결정됐으며 별도 할인율은 적용하지 않았다.

단기 오버행 우려를 낮추는 장치도 뒀다. 전환우선주에는 1년간 보호예수, 전환사채에는 1년간 권면분할 금지가 적용되며 전환권 행사는 발행 후 24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다.

오리온의 참여는 국민성장펀드의 민간 매칭 구조에 따른 것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정책자금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민간자금과 1대1 매칭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리온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자금의 쓰임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M&A가 아닌 R&D와 임상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핵심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2·3상 자체 수행과 차세대 ADC 플랫폼 개발이 목표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대표적인 기술이전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6년 설립 이후 2015년 유방암 치료제를 시작으로 글로벌 제약사에 총 15건의 기술을 이전해 누적 9조 6000억 원의 수출 성과를 냈다.

ADC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에 항암 약물을 결합한 치료제다. 정상 세포 피해를 줄이면서 암세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주목하는 분야다.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유방암 치료제 임상 3상을 포함해 8건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가 국민성장펀드 첫 바이오 직접투자처로 낙점된 배경에는 이 같은 기술이전 실적과 글로벌 임상 경험이 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이전 실적과 임상 데이터, ADC 업계에서 인정받은 레퍼런스를 꾸준히 쌓아왔다"며 "이런 부분을 높게 평가받아 첫 사례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약 45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한 회사가 추가로 5000억 원을 확보한 것은 재원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현금은 현재 사업과 파이프라인 운영을 위한 자금이고 이번 5000억 원은 글로벌 신약 출시를 겨냥한 장기 투자 재원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의결권이 제한되는 정책자금인 만큼 경영권이나 이사회 구성 등 기존 의사결정 체계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번 투자로 리가켐바이오는 전략적 선택지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바이오텍은 대규모 임상 비용 부담 때문에 초기 또는 중기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자금 조달로 핵심 파이프라인에 한해 더 높은 가치가 형성되는 단계까지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다만 후기 임상 단계에서는 개발 비용과 실패 위험이 커지는 데다 글로벌 ADC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자금 조달이 실제 임상 성과와 후속 기술이전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자금이 생겼다고 해서 기술이전 사업 전략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기술이전과 동시에 자체 임상을 조금 더 끌고 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바이오텍은 초기 단계에서 조기 기술이전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임상 2·3상까지 가서 더 높은 가치의 기술이전을 할 수 있다"며 "이번 투자로 전략적 선택지가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