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서서히 굳는다"…10년만에 등장한 폐섬유증 신약 '자스케이드'[약전약후]
오페브·에스브리엣 이후 10년 만에 등장한 첫 신규 IPF 치료제
임상서 폐 기능 감소 속도 늦춰…美 FDA 혁신치료제 지정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특발성 폐섬유증(IPF)은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폐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만성 진행성 폐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완치가 어려워 대표적인 의료 미충족 수요 질환으로 꼽힌다.
환자들은 초기에는 마른기침이나 운동 시 호흡곤란을 경험하지만 질환이 진행될수록 산소 공급 능력이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는다. 일부 암보다도 예후가 나쁜 질환으로 평가되며 환자의 절반가량은 진단 후 5년 이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IPF 치료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성분명 닌테다닙)와 로슈의 '에스브리엣'(피르페니돈)가 중심이었다. 2014년 잇따라 허가된 두 약물은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입증하며 지난 10여년간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다만 두 약물 모두 폐 기능 감소를 완전히 막거나 질환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약물이 베링거인겔하임의 차세대 폐섬유증 치료제 '자스케이드'(네란도밀라스트)다. 자스케이드는 선택적 포스포디에스터라제4B(PDE4B) 억제제로,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기전으로 항섬유화 및 면역조절 효과를 나타내는 경구용 치료제다.
자스케이드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FIBRONEER-IPF'를 통해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11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52주 시점 강제폐활량(FVC)의 변화였다. FVC는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뒤 내쉴 수 있는 공기량으로 폐 기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임상 결과 자스케이드는 위약군 대비 폐 기능 감소를 유의하게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52주 시점 평균 FVC 감소량은 자스케이드 18㎎ 투여군이 106mL, 9㎎ 투여군이 122mL였으며 위약군은 170mL 감소했다. 특히 18㎎ 투여군은 치료 시작 2주 만에 위약군과 차이를 보였고 이러한 효과는 52주까지 유지됐다.
또 자스케이드는 기존 표준치료제인 오페브 또는 에스브리엣를 복용 중인 환자군에서도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이를 통해 단독 치료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와의 병용 치료 가능성도 확인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진행성 폐섬유증(PPF)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연구 'FIBRONEER-ILD'에서도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PPF는 다양한 간질성 폐질환이 진행하면서 폐 기능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질환군을 의미한다.
이 같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자스케이드는 미국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이후 진행성 폐섬유증 적응증까지 확보하며 치료 영역을 확대했다.
자스케이드는 오페브와 에스브리엣 이후 약 10년 만에 등장한 첫 신규 IPF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추가되면서 폐섬유증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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