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노이, C797S·뇌전이 동시 공략…차세대 폐암 신약 도전

타그리소 내성·뇌전이 환자 대상 임상서 잇따라 효능 확인
렉라자 잇는 국산 EGFR 폐암신약 될까…뇌전이 환자 임상 2상 추진

2022년 6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열린 보로노이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한국거래소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내 바이오벤처 보로노이가 개발 중인 폐암 치료제 'VRN11'이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EGFR 내성 변이와 뇌전이 환자군에서 잇따라 임상 효능을 확인하며 차세대 EGFR 폐암 신약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에 이어 국산 EGFR 폐암 치료제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VRN11은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사용 후 발생하는 대표적 내성 변이인 'C797S'를 표적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통상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나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 3세대 치료제로 치료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약물 결합 부위가 변형되는 대표적 내성 기전인 C797S를 포함한 다양한 내성 변이가 발생한다. 현재 C797S 변이 환자를 위한 승인 치료제가 없어 대표적인 미충족 의료수요 영역으로 꼽힌다.

보로노이는 지난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에서 VRN11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C797S 변이 환자 8명 중 7명에서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하는 부분관해(PR)가 확인됐으며, 유효 용량인 160mg 이상 투약 환자군 6명 전원이 부분관해를 보여 객관적반응률(ORR) 100%를 기록했다. 전체 C797S 환자군 기준 객관적반응률은 87.5%였다.

뇌전이 환자군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보로노이는 이달 초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추가 데이터를 공개했다. 40㎎ 저용량에서도 뇌 병변이 소실된 사례가 확인됐으며 3세대 EGFR 치료제 투약 후 뇌전이가 진행된 환자 2건의 개별 사례에서 첫 종양 평가 시점에 뇌 병변이 완전 소실됐다.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iPFS) 중앙값은 9개월 시점에서도 미도달(Not Reached)로 나타났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뇌전이는 높은 빈도로 발생하지만 타그리소 치료 이후에는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타그리소 투약 중 뇌전이가 발생할 경우 정위방사선수술(SRS)이나 전뇌방사선치료(WBRT), 수술 등 국소 치료를 병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로노이 측은 VRN11의 높은 중추신경계(CNS) 효능이 우수한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보로노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VRN11의 환자 기준 뇌 투과율 지표(Kp,uu,CSF)는 2.0으로 혈장 내 유리 약물 농도 대비 뇌척수액 내 유리 약물 농도가 약 2배 수준으로 확인됐다. 보로노이 측은 타그리소의 동일 지표가 0.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VRN11은 320㎎ 용량에서 타그리소 80㎎ 대비 약 4배 높은 타깃 억제력을 보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김대권 보로노이 연구부문 대표는 "EGFR 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뇌전이를 경험하지만 타그리소 이후에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라며 "VRN11의 차별화된 뇌 투과율과 CNS 효능이 임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만큼 향후 EGFR 변이 뇌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로노이는 이번 ASCO 데이터를 기반으로 EGFR 변이 뇌전이 환자 대상 별도 코호트를 구성해 임상 2상을 통한 가속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C797S 변이 환자를 위한 승인 치료제가 없는 만큼 후속 임상에서 의미 있는 효능이 재확인될 경우 신속심사나 가속승인 전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항암제 시장은 특정 내성 환자군과 치료 공백 영역을 겨냥한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VRN11이 C797S 내성과 뇌전이라는 두 가지 미충족 수요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느냐가 차세대 EGFR 폐암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