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기로 K바이오]③상폐 더해 자금난…기술특례 바이오 25% 1년 못버텨

티움바이오·큐로셀·보로노이 등 런웨이 1년 미만
임상1상·POC 단계도 자금 공급되는 선순환 필요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퇴출, 반기 완전자본잠식 심사 도입 등 새로운 제도가 한꺼번에 시행되면서 바이오·제약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간 연구개발이 불가피한 바이오산업 특성상 이번 제도 변화는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기대와 혁신 생태계 위축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뉴스1은 상장폐지 제도 강화가 K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기술특례 상장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금융당국이 다음 달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면서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상장폐지보다 더 현실적인 위협으로 현금 고갈을 꼽는다. 신약 개발에는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데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 조달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19일 주요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 20곳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과 최근 1년간 영업활동현금 유출 규모를 분석한 결과, 이 중 5곳은 추가 자금 조달 없이 현재 보유 현금만으로 1년을 버티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금융기관 예치금 등을 합산해 산출했으며 담보 제공 등 사용이 제한된 금융상품은 제외했다. 추정 현금 런웨이(runway)는 보유 현금성 자산을 최근 1년간 영업활동현금 유출 규모로 나눠 계산했다.

분석 결과 티움바이오(321550)의 추정 현금 런웨이는 0.48년에 그쳤다. 큐로셀(372320)(0.54년), 보로노이(310210)(0.74년),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0.77년),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0.93년)도 1년 미만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디앤디파마텍(347850)(1.16년)과 샤페론(378800)(1.47년), 큐리언트(115180)(1.52년) 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40%인 8개사가 현금성 자산만으로 2년을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반면 기술수출에 성공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현금 체력을 확보했다. 알테오젠(196170)은 약 4476억 원의 현금성 자산과 3.61년의 런웨이를 확보했고 리가켐바이오(141080)는 약 4266억 원,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약 1867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름테라퓨틱(475830)(1131억 원), 올릭스(226950)(988억 원), 에이프릴바이오(397030)(829억 원) 등도 상대적으로 두터운 현금 곳간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기술수출 기업은 곳간 두둑…시장도 '옥석 가리기'

기술수출 여부에 따른 현금 체력 격차도 뚜렷했다.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는 모두 글로벌 기술수출 경험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바탕으로 수천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했다.

반면 다수의 바이오벤처는 여전히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고 있다. 투자심리 위축과 임상 실패가 겹칠 경우 자금 조달 창구가 사실상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수출 성과가 현금 체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사례는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속적인 임상 실패와 자금난을 겪은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최대 주주 변경 이후 비트코인 트레저리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한때 혁신 신약 개발을 목표로 했던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벤처가 사실상 바이오 사업에서 방향을 틀면서 업계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투자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오 투자 생태계 전반의 위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본다.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술력은 있지만 수익 창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보다 현금 보유 규모"…달라진 투자 기준

시장에서는 상장 유지 요건 강화보다 자금조달 환경 악화를 더 큰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기업은 매출보다 연구개발비 지출이 훨씬 큰 구조인 만큼 자금 조달이 막히는 순간 임상 일정과 파이프라인 개발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투자 기준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한때는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만으로도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현금 보유 규모와 임상 진행 상황, 기술수출 가능성 등이 주요 투자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술 아이디어만으로도 투자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VC들은 현금이 필요한 기업보다 오히려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파이프라인이 진척된 기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분석에서 런웨이 1년 미만으로 집계된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최근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큐로셀은 최근 727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고 보로노이 역시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반면 임상 성과나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들은 투자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상폐 강화만으론 안 돼”…투자 생태계 보완 필요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이 임상 개발을 이어가며 성장할 수 있는 투자 생태계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적자 상태에서도 기술력만으로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상장 이후 연구개발과 임상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금 조달 환경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대안으로는 초기·중기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거론된다. 최근 정부가 K-바이오·백신 펀드와 임상 3상 투자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후기 임상 단계뿐 아니라 임상 1상과 POC(개념입증) 단계 기업까지 자금이 공급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오 벤처 창업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상장폐지 기준 강화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순 퇴출 기준을 높이는 데 그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투자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