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기로 K바이오]②셀리버리·파멥신 추락…"흔들리는 기술특례, 유지 지원 중요"
알테오젠 등 성장했지만 위기 기업도 수두룩
"기업 자체 노력과 함께 당국 지원도 필요"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기술특례 상장은 바이오 벤처의 '꿈의 티켓'으로 여겨졌다. 당장의 실적이 부족해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만 인정받으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테오젠(196170)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한 기업들이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해 글로벌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고,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대형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일부는 기술특례 상장을 하고도 사업화와 기술수출, 임상 성과를 입증하지 못해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 초라한 결말을 맞이하기도 했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성공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님이 확인된 셈이다.
오는 7월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에 대한 평가도 더욱 냉정해질 수 있다. 다만 제약·바이오 업계는 사업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분야 특성상 상장 이후 관리 방안 개선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05년 도입됐지만, 2015년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사례가 늘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한 신약 개발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 사다리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14108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펩트론(087010) 등이 꼽힌다.
알테오젠은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 ALT-B4를 기반으로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바이오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알테오젠은 시가총액 18조 4605억 원으로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순위 1위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연이어 성사하며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6위(5조 1568억 원) 기업으로 도약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확대해 시가총액 5조 6043억 원,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상장 이후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체결과 글로벌 임상 진전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단순한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지 않고 기술이전과 글로벌 협업 등을 통해 사업성을 증명했다. 특히 개별 기업을 넘어 바이오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두가 웃진 못했다. 일부는 상장 이후 의미 있는 임상 성과나 사업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차세대 플랫폼 기술 기업으로 주목받던 셀리버리는 경영 불확실성과 회계 문제 등이 불거지며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파멥신은 자금난과 임상 지연으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올리패스(244460)도 장기간 적자와 재무 악화가 이어지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기술특례 상장이 '기술 검증'에는 의미가 있지만 상장 이후 기업 운영과 자금 관리, 연구개발 전략까지 보장해 주지는 못한 셈이다. 이제 금융당국은 상장 이후 성과를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있다.
바이오 전문 투자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상장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이벤트였다면 이제는 상장 이후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최근 시장은 플랫폼 기술 자체보다 기술수출과 임상 진척, 사업화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코스닥 규제 강화 제도는 부실기업을 솎아낸다는 취지다. 기술특례 상장 후 고전하는 소위 '좀비 기업'을 정리해 이 회사들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의 불공정 거래 수단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도 이 부분은 공감한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실적을 내 신뢰도를 높이는 개별 업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상장 이후 유지와 관련한 개선 방안이 추가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약 개발 시작부터 상업화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사업 특성상 더 유연한 상장 유지 심사 기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현 기준이라면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상장 유지를 위해 상장 2년 이후부터 매출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야 한다"며 "공모한 자금을 혁신 기술 개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낼 수 있는 것에 활용해야 하는 것인데, 이는 혁신 기술 개발 등을 위한 기술특례상장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성장 사다리를 끊지 않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자본 생태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며 "매출 중심 요건에서 임상 단계 유지, 특허 포트폴리오 유지 등 산업의 특성을 살린 후속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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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퇴출, 반기 완전자본잠식 심사 도입 등 새로운 제도가 한꺼번에 시행되면서 바이오·제약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간 연구개발이 불가피한 바이오산업 특성상 이번 제도 변화는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기대와 혁신 생태계 위축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뉴스1은 상장폐지 제도 강화가 K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기술특례 상장 10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