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다음은 방사성의약품?"…K-바이오 새 먹거리 부상
글로벌 빅파마 수조 원 M&A 완료…"암세포만 정밀 타격" 차세대 항암 플랫폼 주목
퓨쳐켐·셀비온 임상 속도…악티늄 공급난은 현실 과제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방사성의약품(RPT)이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암세포를 정밀하게 찾아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항암 치료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대형 인수합병(M&A)도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ADC가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라면 방사성의약품은 항체나 표적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암세포에 방사선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2023년 약 91억 달러에서 2031년 265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4.4%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진단과 치료를 결합한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전략이 확산되면서 시장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동일한 표적 물질로 암 위치를 영상으로 확인한 뒤 같은 표적 기반 치료제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방사성의약품 내에서도 루테튬-177(Lu-177)을 활용하는 베타선 치료제와 악티늄-225(Ac-225) 기반 알파 치료제로 나뉜다. 알파 치료제는 세포 살상력이 강한 대신 동위원소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상용화 난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2023년 12월 알파 방출 방사성의약품 플랫폼 기업 레이즈바이오를 41억 달러(약 5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차세대 방사성접합체(RC) 개발사 퓨전파마슈티컬스를 최대 24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하고 2024년 6월 완료했다.
선두주자는 노바티스다. 노바티스의 루테튬-177 기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는 지난해 연매출 13억90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를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미국 FDA는 올해 3월 플루빅토의 적응증을 화학요법 이전 단계 전립선암으로 확대 승인했다.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셀비온과 퓨쳐켐은 PSMA 표적 루테튬-177 치료제 분야에서 국산 1호 방사성 치료제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셀비온은 전립선암 치료제 '177Lu-DGUL'의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건부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퓨쳐켐은 치료제 'FC705'의 국내 임상 3상에 돌입했다. 듀켐바이오는 PET 영상 진단 사업을 기반으로 방사성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도 RPT 시장에 뛰어들었다. SK바이오팜은 NTSR1 표적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의 글로벌 권리를 도입한 뒤 테라파워·판테라·에커트앤지글러 등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동위원소 수급 기반 확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관련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단순 신약 경쟁을 넘어 병원 인프라와 공급망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짧아 생산과 운송, 병원 투여까지 빠르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 동위원소는 원자로와 가속기 등 제한된 생산 시설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안정성 자체가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악티늄 등 핵심 동위원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사성 물질 취급 규제와 생산 인프라 구축 부담, 핵의학 전문 인력 부족 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높은 진입장벽이 역설적으로 먼저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에는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RPT는 후보물질 자체뿐 아니라 방사성동위원소 수급, 제조, 품질관리, 물류 등 여러 요소가 함께 갖춰져야 하는 분야"라며 "특히 임상 단계에서도 안정적인 동위원소 확보가 필요해 공급망 확보가 현실적인 진입장벽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테라노스틱스 전략은 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를 적절히 선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 전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며 "향후 시장에서 중요한 접근 방식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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