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졌는데 얼굴은 늙었다?"…'비만약 이후' 대비 나선다

GLP-1 확산 따른 '오젬픽 페이스'…리프팅·필러 등 시장 재편
애브비부터 휴젤·클래시스까지 대응 경쟁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에스테틱·의료기기 업계도 '비만약 이후 시대'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피부 처짐과 얼굴 볼륨 감소 등을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리프팅과 필러, 바디 컨투어링 시장이 새로운 수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은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반면 지방과 함께 얼굴 볼륨이 줄고 피부가 처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얼굴이 나이 들어 보이는 현상을 '오젬픽 페이스'(Ozempic Face)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를 관리하려는 미용·의료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애브비의 에스테틱 계열사인 앨러간 에스테틱스는 지난 3월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GLP-1 환자의 61%가 얼굴 중간 부위 볼륨 감소를 경험했고, 50%는 피부 처짐, 35%는 주름과 깊은 선을 호소했다. 의료진의 81%는 히알루론산 필러를 주요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꼽았으며, 의사 3명 중 1명은 GLP-1 사용으로 필러 시술 건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 에볼루스(Evolus)는 히알루론산 기반 필러 신제품 에볼리스(Evolysse)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고 아픽스 메디칼(Apyx Medical)과 인모드(InMode) 등도 바디 컨투어링(체형 관리) 수요 증가 가능성을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메디스파·피부과 등 174곳을 조사한 결과 GLP-1 복용 후 미용 시술을 받은 환자의 63%가 신규 고객이었다. 미국에서는 '오젬픽 스킨'(Ozempic skin) 등을 내세운 전용 스킨케어 제품군도 등장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에스테틱 업계에서도 GLP-1 확산에 따른 수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툴리눔 톡신·필러·리프팅실을 보유한 국내 업체들이 오젬픽 페이스 대응 수요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휴젤의 '보톨리늄 톡신 레티보'.(휴젤 제공)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 HA필러, 리프팅실을 모두 보유한 업체로 꼽힌다. 올해 1분기 매출 1166억 원, 영업이익 476억 원으로 역대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의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레티보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약 3%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빠르게 거래처를 확대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는 직접 판매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판매 모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제테마도 보툴리눔 톡신·필러·리프팅실을 모두 갖춰 수혜업체로 주목받고 있으며 파마리서치는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앞세워 체중 감량 이후 피부 재생 수요를 겨냥할 수 있는 업체로 꼽힌다.

EBD(에너지 기반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클래시스가 주목받고 있다. 클래시스는 주력 제품 슈링크(탄력주름 개선용 초음파 리프팅 장비)의 미국 FDA 임상시험계획(IDE) 승인을 받고 올해 현지 임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1분기 FDA 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FDA 허가를 받은 볼뉴머는 미국 시장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GLP-1 관련 에스테틱 수요가 본격화되려면 비만약 복용 환자들이 목표 체중에 도달하고 시술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해 실제 시장 영향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은 단순히 비만 치료 시장만 키우는 게 아니라 체중 감량 이후 외모 변화 관리 시장도 함께 키우고 있다"며 "향후에는 피부 탄력과 얼굴 볼륨, 체형 관리까지 포함한 '포스트 감량'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