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 줄기세포 시장…美 '패스트트랙' 日 '조기 상용화' 글로벌 패권 쟁탈전

[줄기세포 연간기획]②中, 전략산업 분류 '물량공세'
한국, 기초연구 역량 강점…비용 부담 등 한계 산적

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GMP) 허가 시설에서 줄기세포를 관찰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관계 당국은 2019년 약 137억 8000만 달러(약 15조 5000억 원)에서 2025년 약 239억 6000만 달러(약 27조 4000만 원)로 확대한 것으로 본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속도가 더디다. 반면 의료 선진국들은 다르다. 미국은 규제 완화와 신속 심사 제도를 앞세워 세포·유전자 치료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고, 일본은 아예 재생의료 특화 법체계를 도입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임상·사업화 환경을 구축한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6년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을 통해 '재생의료 첨단치료제'(RMAT)를 도입했다.

RMAT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가능성이 확인된 재생의료 치료제에 대해 개발과 허가 절차를 신속 지원하는 제도로, 세포치료제·조직공학 제품·유전자 치료제 등이 대상이다. FDA와 조기 협의가 가능하고 우선심사·가속승인 등 패스트트랙 혜택도 받는다.

미국은 단순히 규제를 푼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안전성 검증도 강화하고 있다. 무허가 줄기세포 시술에 대해서는 단호하지만,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치료제에 대해서는 승인이 빠르다.

미국에서는 CAR-T, 유전자 치료제, 조직재생 치료제 등이 RMAT 지정을 거쳐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까지 FDA의 RMAT 승인 사례에는 암·희귀질환·피부재생·혈관재생 치료제 등이 포함돼 있다.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더라인디씨 호텔에서 열린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 주사제인 '조인트스템'(JointStem)의 볼티모어 생산시설(바이오스타 스템셀 캠퍼스)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11.20.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특히 미국국립보건원(NIH)와 대학병원 중심 연구 생태계, 대형 제약사의 공격적 투자, 벤처캐피털 자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소블라스트(Mesoblast) △블루버드바이오(bluebird bio) △버텍스(Vertex) △아이오반스(Iovance) 등 기업들은 줄기세포·세포치료·유전자 교정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세계 최초 '재생의료 특화법' 도입

일본은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할 미래 산업으로 재생의료를 낙점했다. 2014년에는 '재생의료안전성확보법'과 개정 약사법을 시행해 재생의료 제품에 조건부·기간부 승인 제도를 도입했다. 일정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시판 후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조기 상용화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국가 차원에서 줄기세포·iPSC(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다.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개발한 iPSC 기술은 일본 재생의료 산업 성장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야마나카 교수는 성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수준으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현재 일본은 iPSC를 활용한 망막·파킨슨병·심장질환·척수손상 치료 연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와 대학·병원·기업이 공동으로 임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상용화를 추진한다. 대표 기관으로는 교토대 iPSC연구소(CiRA), 리켄(RIKEN), 게이오대 등이 꼽힌다.

중국의 경우 줄기세포를 반도체·인공지능(AI)과 함께 미래 전략산업으로 분류하고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 중이다. 베이징·상하이·광둥 등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연구단지와 바이오클러스터도 조성 중이다.

줄기세포 관련 임상시험 규모에서도 체급을 불렸다. 데이터 신뢰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임상연구 건수만큼은 미국에 이어 2위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성 당뇨성 창상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모사 근적외선(NIR) 반응형 마이크로니들 개요도(한국연구재단 제공)
기초연구 강점 있는 한국, 비용 부담 등 장벽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경우 역량 자체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메디포스트(078160), 차바이오텍(085660), 강스템바이오텍(217730) 등이 대표적인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업체다.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는 파미셀(005690)의 작품이다.

다만 △임상 전환(특히 2·3상)에서의 실패 △안전성·효능 표준화 부족 △비용 부담 △일부 원천기술 의존은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한계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 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실제 임상과 사업화 과정에서는 여전히 규제 장벽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건강보험 적용 문제와 낮은 투자비 회수 가능성도 산업 성장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난치병, 노화, 조직 손상 치료에 효과적이고 잠재력이 큰 만큼 한국도 임상·제조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세포 배양·위탁개발생산(CDMO)·원천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 산업은 단순한 바이오 신약이 아니라 제조·병원·데이터·AI가 결합한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는 추세"라며 "한국도 규제와 보험 체계, 장기 투자 생태계를 함께 정비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짚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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