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 만년기대주"…20년째 실험실 갇힌 줄기세포의 속사정
[줄기세포 연간기획]➀ 파킨슨병 등 일부 임상 성과…허가 사례 제한적
차세대 재생치료 모색, 임상 국제 기준 충족이 '27조 시장' 상용화 관건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기대는 20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한 사례는 여전히 손에 꼽힌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37년 약 2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임상 적용과 상용화는 더디게 진행되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 분화해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복구할 수 있는 세포다. 줄기세포 치료는 이런 세포를 체내에 투여하거나 체내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줄기세포 종류에 따라 특성과 한계도 다르다. 배아줄기세포는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높은 활용성을 가지며 유전체 안정성이 우수하지만 윤리적 논란이 뒤따른다. 성체줄기세포는 인체 조직에서 얻어 안전성이 높지만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는 누구든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고 윤리 문제도 없지만 인위적으로 세포를 되돌리는 과정(리프로그래밍)에서 유전자 변이가 생길 수 있어 유전체 안정성이 떨어진다.
배아줄기세포와 iPSC는 무한 증식과 모든 세포로의 분화가 가능한 '전분화능 줄기세포'로,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치료 활용 가능성이 높지만 종양 위험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현재 줄기세포 치료가 비교적 확립된 영역은 극히 일부다. 스테로이드 불응성 이식편대숙주반응(GVHD·조혈모세포 이식 후 공여자 면역세포가 수여자 조직을 공격하는 합병증)에 대한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것이 대표 사례다. 무릎 연골 질환 등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상용화가 이뤄진 경우도 있다. 대부분 질환에서는 여전히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오일환 가톨릭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장(가톨릭대 연구부총장)은 "지난 20년간 연구는 활발했지만 뚜렷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수없이 많은 임상시험 가운데 사실상 한 건 정도만 허가를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RNA 신약, 항체 신약 등에서 환자 질병을 실질적으로 치료하는 신약들이 다수 개발되고 있다"며 "세포치료제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세포·유전자치료 분야 개발 기업과 임상시험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실제 허가로 이어지는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 FDA는 최근 단일군 임상에 기반한 허가에 더욱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임상 설계의 적절성과 데이터 충분성을 엄격히 따지는 방향으로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신중론이 지배적인 가운데서도 국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에스바이오메딕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기도 한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배아줄기세포 유래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한 임상 1·2a상 결과를 국제 학술지 Cell에 발표했다.
저용량 그룹 6명(도파민 세포 315만 개 이식)·고용량 그룹 6명(630만 개 이식) 총 12명을 대상으로 이식 후 1년을 추적한 결과로, 파킨슨병을 오래 앓던 환자가 투여 후 배드민턴과 탁구, 동네 축제를 다시 즐기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다시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김동욱 교수는 "파킨슨병은 다른 뇌질환과 달리 핵심증상인 운동 증상이 도파민 세포가 선택적으로 사멸해서 생기는 병으로 도파민 세포만 잘 만들면 치료가 가능하다"며 "무릎 연골 질환 등 일부 분야는 이미 상용화가 이뤄졌고 파킨슨병 등이 다음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개별 성과에도 불구하고 연구 전반이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배경에는 높은 임상 진입 장벽이 있다. 김병수 고려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내는 기초·실험 단계 경쟁력은 있지만 임상 단계에 도달한 비율은 경쟁국 대비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병수 교수는 "GLP·GCP·GMP 등 국제 가이드라인을 과도한 규제로 치부해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물이 도출된다면 결국 해당 연구 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이는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전성 문제도 여전히 해결 과제다. 세포 자체가 체내에 장기간 존재하는 특성상 종양 발생, 면역 반응, 유전적 변형 가능성이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기존 약물과 달리 장기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축적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환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 임상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고가 비용을 감수하고 치료를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매년 3만 명의 국내 환자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 등 해외로 떠나면서 3조~5조 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한다는 추산도 나왔다.
전문가들이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센터장은 "효과가 부족한 상태에서 편법으로 유통을 허용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수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가 도깨비방망이처럼 난치질환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환상이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 센터장은 "향후에는 유전자 변형 기술을 결합한 세포유전자치료제의 비중이 늘고 RNA나 펩타이드 같은 분자 플랫폼으로 체내 내인성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분자형 재생치료'가 글로벌 수준에서 활발히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욱 교수 역시 "배아줄기세포나 iPSC 기술의 안전성 문제가 많이 해결되면서 전분화능 줄기세포가 임상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지금 임상들이 이뤄지고 있으니 곧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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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임상 근거 부족·과장 광고·규제 공백 등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국내외 연구·산업 현황을 짚고, 법·제도 미비와 시장 혼탁 문제를 진단한 뒤, 한국형 재생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