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한달' 제약·바이오 고심…"원자재 수급 불안·증시 우려"
중동발 불확실성에 K-제약·바이오에 불똥 튀어
"위기 상황서 동력 잃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 필요"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중동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도 피해가 우려된다. 아직은 직접적인 큰 타격이 없다 해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망 혼란 등 적잖은 우려가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사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치솟아 1500원 선을 넘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2시 기준 1512.9원에 거래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영향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선호가 높아진 셈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환율 상승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은 원료의약품 조달 부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료 가격은 즉각 상승하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건강보험 약가 체계와 정부의 가격 관리 구조상 원료비 인상분을 곧바로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나프타 수급이 흔들리는 것도 문제다. 나프타는 에틸렌 생산의 핵심 원료이며, 에틸렌은 플라스틱 소재의 기초 물질이다.
수액백, 주사기, 의약품 용기, 포장재(비닐) 등 의료용 소모품 상당수가 폴리에틸렌(PE) 등 에틸렌 기반 소재로 생산되기 때문에,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지면 의약품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을 넘어 생산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의약품 수급이나 생산에 우려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 영향이 있을 거라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원료의약품을 확보하고도 포장재 수급 문제로 완제품 출하가 지연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다른 종사자는 "의약품은 일반 제조업처럼 기업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원자재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기업들이 직접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국내 증시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모든 산업에 좋을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14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2.68포인트(2.99%) 내린 5276.19에 거래 중이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31.22포인트(2.73%) 내린 1110.29에 거래 중이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불확실성에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상당수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등이 모인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중동 사태 등 글로벌 불안정성 확대로 유가·환율·운임이 동반 상승하고 원자재 수급 불안까지 가중되는 등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며 업계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이런 국면에 정부가 오리지널 약가 대비 53.55% 수준인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45%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업계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수출 비중이 높거나 달러 기반 계약 구조를 가진 바이오 기업은 고환율 반사이익이 있겠지만, 이란 전쟁이 조기 수습되지 못하면 업계의 불확실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반드시 전쟁은 빨리 종식돼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 제약업계가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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