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들 수천억 투자 보따리 푼다…韓 바이오 R&D 허브로 부상

로슈·릴리·노바티스 등 복지부와 MOU
"일회성 투자 그치지 않게 제도 정비해야"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잇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한국 시장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연구개발(R&D)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로슈,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향후 5년간 각각 약 7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확약했다. 노바티스 역시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다수 글로벌 빅파마들이 물밑에서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유망 바이오텍 육성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의 국내 거점을 인천 송도에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이 임상 인프라와 인력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유력한 신흥 R&D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모집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 신뢰도가 높아 글로벌 임상시험 수행 국가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의료진의 전문성과 디지털 기반 의료 환경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국내 바이오텍의 신약 파이프라인 역시 글로벌 상위권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기술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초기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기술이전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빅파마의 협력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지난해 기술수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데다 임상 인프라와 인적 자원이 우수해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먼저 정부에 접촉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투자 흐름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 역시 빠른 속도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투자 환경 전반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요건 개선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도 과제로 꼽힌다. 주주와의 소통 강화, 이사회 및 감사제도 운영의 선진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체계를 갖춰야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금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며 투자 유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절호의 기회를 맞은 단계"라며 "이 흐름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