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다른 日 복제약가 50%대…더 낮은 韓, 신약개발 동력 잃는다
글로벌 제약사 보유 제약 선진국, 복제약 가격 일정 수준 유지
약가 인하 벼랑 끝…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 붕괴 우려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의약품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3.5배가량 큰 일본조차 5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정부가 추진 중인 제네릭(복제약) 약가 40대 인하 추진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복제약 판매 수익은 대개 신약 연구개발(R&D)과 시설 구축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진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할 시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가 무너지고 외국계 글로벌 제약사의 약물을 도입해 판매하는 유통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보호하는 현실적인 정책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로 산정되던 복제약 약가의 상한선을 40%대로 낮추는 방안이다. 현행 정책을 유지할 때에 비해 최대 25%에 이르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대규모 개편이다.
정부는 주요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복제약 약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약가 인하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절대적인 시장 규모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초 체력 면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산업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주요 참고 사례로 삼는 일본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23조 원에 이른다. 이는 약 35조 원 규모인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보다 3.5배 이상 거대한 수준이다.
시장 규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은 최초 복제약 의약품 등재 시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0% 수준으로 산정해 보장하고 있다.
2024년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글로벌 톱 50 제약바이오 기업 명단에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는 다케다, 아스텔라스 등 5곳 이상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아직 해당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40%대라는 더 가혹한 기준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후발주자이지만 성장 단계를 밟고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복제약 의약품을 생산하고 판매해 얻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신약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자체 조달하는 자생적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왔다.
복제약 의약품이 모방 제품을 넘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자금줄 역할을 수행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복제약 약가의 급격한 인하는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평균 10%를 밑도는 실정이다.
이익 구조가 얇은 상황에서 정부안대로 약가 인하가 단행될 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신약 R&D와 시설 구축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복제약 수익 급감이 R&D, 시설 구축 재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는 일본의 복제약 가격을 50%대로 유지하는 배경에 대해 복제약 의약품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하면서 자국 내 신약개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균형 감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복제약 난립을 막고 품질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산업계의 기초 체력을 붕괴시킬 수준의 일방적인 가격 통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개편안이 원안대로 강행될 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의 도산과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의 투자 위축, 도입 약물 유통업체 전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한 정책 설계와 더불어, 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빅파마 부재와 소규모 시장이라는 한계를 가진 우리나라에 일본보다 낮은 40%대의 복제약 가격대가 도입되면 성장 동력을 잃는다"면서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현실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재정 절감에 치중한 약가제도 개편이 중장기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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