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물 '활명수'로 애민정신 실천…독립운동가 '민강' 선생 삶 재조명

활명수 수익금, 독립운동 자금 활용…임시정부 연통부 거점 제공
소의학교·조선약학교 설립 추진…건국훈장 독립장 추서 제약인

시민들이 서울 중구 동화약품 본사 1층에서 진행된 독립운동가 민강 전기 출판기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 2. 25/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생명을 살리는 물 '활명수'를 만들고 수익금을 독립운동 자금에 활용하는 등 애민정신을 실천한 독립운동가 민강 선생의 삶이 재조명됐다. 그는 소의학교(현 동성중·고등학교)와 현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으로 이어진 조선약학교 설립 등을 추진해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제약인이다.

동화약품은 25일 서울 중구 순화동 본사에 위치한 1897 라운지에서 초대 사장이자 독립운동가인 민강 평전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동화약품의 창업 터이자 현재까지 본사로 사용되고 있는 역사적인 공간에서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민강 선생은 1897년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사인 동화약품을 설립하고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국내 제약 산업의 태동을 이끈 선구자로 꼽힌다.

독립운동가 '민강' 전기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26. 2. 25/뉴스1 황진중 기자
민족 아픔 달랜 신약 '활명수' 개발…치열했던 항일 독립운동

궁중 선전관이었던 부친 민병호 선생과 함께 개발한 최초의 국산 신약 활명수는 급체와 토사곽란으로 고통받던 구한말 백성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민강 선생은 기업가이자 일제강점기 국권 찬탈의 위기 속에서 치열하게 싸운 독립운동가다. 그는 항일투쟁을 위한 비밀결사인 대동청년단 조직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회사를 독립운동을 위한 국내 연락망과 자금 통로 등으로 내어줬다. 활명수를 판매한 수익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아낌없이 제공했다.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이동할 때 활명수를 직접 휴대해 현지에서 판매하고, 그 수익을 독립자금으로 활용한 일화는 널리 알려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출범 이후에는 동화약품의 전신인 동화약방에 임시정부의 국내 연락 거점인 서울 연통부가 자리하기도 했다.

이번 평전의 저자인 고진숙 작가는 "1919년을 가장 뜨겁게 살았던 사람이라고 하면 민강 선생이 떠오른다"면서 "민강 선생은 3.1운동으로 시작해 대동단 사건까지 굵직한 사건에 전부 연루됐다.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조선민족 대동단 사건으로 인해 공판을 받고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이 독립운동가 민강 선생 전기 출판기념회에서 민강 선생 후손을 소개하고 있다. 2026. 2. 25/뉴스1 황진중 기자
교육자로 헌신…약학 교육 토대 마련

독립운동과 제약업 외에도 민강 선생은 교육자로 다방면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그는 1907년 소의학교 설립에 참여했으며 1918년 조선약학교 설립에 기여해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고 작가는 "분투에 분투를 거듭한 끝에 조선약학교를 설립해 우리나라 약제사들을 배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설립된 조선약학교는 현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으로 그 명맥이 이어지며 우리나라 약학 교육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이번 평전에는 동화약방에서 거주하며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서울 여학생 항일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경찰서에 피검된 친척 민금봉 선생의 생애도 함께 담겼다. 정부는 지난 2019년 민금봉 선생에게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과거 활명수 제품 모습. 2026. 2. 25/뉴스1 황진중 기자
위기 속 이어져 온 동화약품의 명맥

출판기념회에는 민강 선생의 후손을 비롯해 교육계, 약학계, 사학계, 출판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약학계에서는 심창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를 비롯해 이상욱 전 학장, 대한약학회 이화정 부회장, 리김경 사무총장 등이 자리를 빛냈다. 또 대동단 사건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대동단 실기를 집필한 신용 교수, '활명수 100년 성장의 비밀' 저자 예종석 교수, '대한민국 활명수에 살다'를 집필한 전병길 작가 등도 참석했다.

독립운동으로 인한 끊임없는 외압 속에서 기업 경영은 점차 어려워졌으나 민강 선생의 헌신적인 업적은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63년 제약업계 기업인으로서는 최초로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됐다.

이후 동화약품은 1937년 민족기업가인 윤창식 선생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그 역사를 굳건하게 이어오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민강 선생은 일제시대 국권찬탈의 위기 속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기업가이자 교육가, 그리고 독립운동가"라며 "이번 평전 출간을 계기로 민강 초대 사장의 활동들이 더욱 널리 알려져 후대에 귀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