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불가능' 낙인 지웠다…난소암 치료 새 시대 연 '엘라히어'[약전약후]

국내 최초 FRα 표적 항체-약물 접합체
생존기간 연장부터 부작용 감소까지 입증

ⓒ 뉴스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백금 기반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난소암인 백금저항성 난소암은 오랫동안 치료 선택지가 거의 없는 난치 암으로 분류돼 왔다. 기존 항암화학요법으로는 생존 기간을 충분히 연장하기 어려웠고, 재발률 또한 높아 환자들은 반복되는 치료와 불확실한 예후 속에 불안함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상피성 난소암의 상당수에서 발현되는 엽산 수용체 알파(FRα)는 표적 바이오마커로서 뚜렷한 치료 타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겨냥한 치료제는 부재한 상태였다. 타깃은 있었지만 이를 정밀하게 공격할 무기가 없었던 것이다.

엘라히어, FRα 발현 낮은 주변 암세포까지 함께 제거

이러한 공백을 깨고 등장한 치료제가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다. 엘라히어는 2025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를 받은 국내 최초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로, FRα 양성 백금저항성 난소암을 적응증으로 승인받았다.

FRα는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난소암 세포에서 과발현되는 특징이 있다. 상피성 난소암의 약 80~96%에서 과발현되며 난소암 환자의 약 35~40%는 FRα 고발현군으로 분류된다. FRα 고발현은 항암화학요법에 대한 반응이 낮고, 종양의 침습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치료 표적으로서의 중요성이 크다.

엘라히어는 이처럼 FRα가 높게 발현된 환자에게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엘라히어는 종양세포 표면의 FRα에 선택적으로 결합한 뒤 세포 내부로 침투해 강력한 세포독성 항암제인 DM4를 방출함으로써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킨다.

엘라히어는 세포 사이 공간으로 퍼지면서 FRα 발현이 낮은 주변 암세포까지 함께 제거해 치료 범위를 확장한다. 이처럼 정상 세포를 피하고 암세포만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기전은 기존 항암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난소암 환자 5명 중 1명 백금저항성 난소암으로 진행

글로벌 3상 임상시험 'MIRASOL' 연구에 따르면 엘라히어는 기존 화학요법 대비 전체 생존 기간을 16.46개월로 연장해 대조군(12.75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33% 낮췄다. 또 객관적 반응률은 42.3%로, 대조군(15.9%)보다 현저히 높았다.

특히 완전 반응 사례는 엘라히어 치료군에서만 확인됐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역시 엘라히어군은 5.62개월로, 대조군(3.98개월)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중증 이상사례(Grade 3 이상 부작용) 발생률은 41.7%로, 대조군(54.1%)보다 낮았으며 중대한 이상사례(23.9%) 및 치료 중단율(9.2%) 역시 대조군(각각 32.9%, 15.9%)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치료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편 난소암은 2022년 기준 국내 발생자 수가 3263명으로, 주요 여성 암 중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조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효과적인 선별검사법도 없어 진단이 늦고 예후가 좋지 않은 대표적 암종으로 꼽힌다.

특히 난소암 환자의 약 70%는 초기 치료에 반응하더라도 결국 재발하며, 재발이 반복될수록 백금계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그 결과 치료 후 5명 중 1명꼴로 6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백금저항성 난소암으로 진행되며, 이는 기존 치료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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