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5000만원인데 처방 폭증…치매 근본 원인 없애는 '이 약'[약전약후]

레켐비, 병의 원인 물질 직접 제거해 질병 진행 지연
임상 3상 결과 위약군 대비 인지 기능 저하 속도 27%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국내 알츠하이머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알츠하이머는 개인과 가족을 넘어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질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간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주로 기억력 저하나 행동 장애 등 증상 완화에 집중돼 왔다. 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이미 손상된 기능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고, 질병의 진행 자체를 막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병의 주요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삼아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새로운 치료 방식이 등장하며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레켐비 처방 첫 달 167건→1년 만에 4000건 넘어

그 중심에는 최근 국내에 도입된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있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을 표적으로, 뇌 속 플라크를 제거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늦추는 세계 최초의 질병조절제로 주목받고 있다.

레켐비는 2024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았다. 치료는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총 18개월, 36회에 걸쳐 진행된다.

현재 레켐비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약값이 연간 3900만~5070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PET 검사, MRI, 유전자 검사, 정기 진료비 등까지 포함하면 환자 부담은 그 이상으로 커진다.

그럼에도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레켐비 처방은 2024년 12월 출시 첫 달 167건에서, 같은 해 12월에는 4362건으로 급증했다.

레켐비, 위약군 대비 인지 기능 저하 속도 27% 감소

레켐비의 치료 효과는 글로벌 임상 3상 'Clarity AD'에서 입증됐다. 총 1795명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간 투약한 결과, 위약군 대비 인지 및 기능 저하 속도가 약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평가 지표인 'CDR-SB' 점수는 위약군에서 평균 1.66점이 증가했지만 레켐비 투여군은 1.21점 증가에 그쳐 0.45점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병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악화 속도를 의미 있게 늦췄다는 뜻이다.

또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인지기능 등 주요 2차 지표에서도 레켐비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PET 영상에서도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유의하게 제거되는 것이 확인됐다.

다만 레켐비를 투여하기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병리 양성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이는 PET 검사나 뇌척수액(CSF)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치료 중에는 뇌부종, 미세출혈 등 이상반응(ARIA)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정기적인 뇌 MRI 검사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