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비즈니스 실전' 대비해야…AI·中 협력 긍정적"
"화려한 기술 소개보다 상업화 모델 구축 입증 필요"
신약개발 분야 中 바이오텍 부상…파트너십 중요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력을 넘어 상업화 역량 확보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위기를 글로벌 비즈니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파마의 보수적 투자 기조 속에서도 K-바이오의 기초 체력은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AI) 신약개발의 내재화와 중국 바이오텍과의 전략적 공생이 2026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8일 서울 서초구 협회 강당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올해 산업을 관통할 핵심 트렌드와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현장 진단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참여자들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더 이상 가능성만을 가진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전했다.
과거에는 혁신적인 기전(MoA) 하나만으로도 수조 원대 계약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임상 데이터의 완결성과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꼼꼼히 따지는 '옥석 가리기'가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이 예년에 비해 부재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으나, 역설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도는 역대급을 기록하며 K-바이오를 향한 잠재적 수요가 여전함을 확인했다.
글로벌 기업소개(IR) 행사에 참여한 벤처캐피탈(VC) 17개 사 중 15개 사가 해외 VC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 시장의 메인 스트림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넓게 열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AI 신약개발의 내재화도 2026년의 핵심 과제로 꼽혔다. 과거 AI가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보조 도구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혁신하는 핵심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는 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거대 기업 간의 밀착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AI 신약개발은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거대 자본과 데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데이터 주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퍼블릭 데이터만으로는 차별화된 결과를 내기 어렵다"며 "아시아인 특이적 질환 데이터나 고유한 단백질·대사체 데이터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아직 손대지 못한 틈새 데이터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에이전트 AI, 자동화 실험실과 결합해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우리만의 효율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우량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전달됐다. 신약 개발이 워낙 고비용·장기전인 만큼, 대기업의 자금력과 중소 벤처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결합된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기업들의 비약적인 성장과 글로벌 시장 장악에 대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됐다. 과거 중국을 저가 경쟁자로만 치부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그들의 속도와 자본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원종헌 LG화학 부문담당은 "중국의 신약 허가 속도와 임상 진행 능력은 이미 국내 기업이 단순한 속도전으로는 이기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다"며 "중국을 경쟁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초기 임상 개발의 개념 증명(PoC)를 확보하거나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한 해 동안 50여개를 허가받은 미국보다 많은 70개의 신약을 자국에서 허가받는 등 압도적인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를 과시하고 있다.
원종헌 부문담당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임상을 현지에서 빠르게 진행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골든타임을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실용적인 협력 모델이 향후 1~2년 내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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