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관세 인상 압박' 트럼프는 왜 의약품을 언급했나

완제·원료·CDMO까지 엮인 '광범위 압박 카드'로 활용 관측
'자국 내 약값·리쇼어링 메시지 한 번에 겨냥' 해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2026.01.21.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기습 관세 인상 의지를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함께 의약품을 언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의약품은 다른 품목과 달리 완제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원료·중간재, 위탁개발생산(CDMO)까지 밸류체인이 촘촘히 얽혀 있어서 관세 인상 언급이 미치는 파급력이 넓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큰 압박 효과를 기대하고 의약품을 함께 거론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의약품을 '국가안보 공급망'으로 규정해 온 미국이 관세 인상 품목으로 언급함으로써 자국 내 '약값 인하 압박'과 '미국 내 생산 투자 유도'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 내 정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카드로 썼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국 국회의 한미 관세 협상 미이행을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다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상호관세와 자동차·의약품 등 품목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약품이 함께 거론된 배경으로는 '압박 카드로서의 효율'이 먼저 꼽힌다. 자동차는 관세가 수요와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의약품은 완제부터 원료, 위탁생산까지 연결돼 있어 어느 구간을 겨냥하든 파급이 넓다. 의약품이라는 단어 하나만 던져도 기업과 시장이 먼저 불확실성을 계산하게 되는 품목이라는 뜻이다.

미국이 의약품을 '국가안보' 프레임에 올려놓은 점도 트럼프 발언의 무게를 싣는다. 미 상무부는 2025년 4월 1일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무역확장법 232조(Section 232) 조사에 착수했고, 조사 범위에는 완제의약품뿐 아니라 원료의약품(API), 핵심 시작물질(KSM) 등 핵심 투입재까지 포함됐다. 관세 논리가 단순한 통상 문제를 넘어 공급망 재편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해석은 트럼프가 관세를 '약값'과 '리쇼어링'(미국 내 생산) 메시지로 연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의약품은 미국 유권자가 체감하는 생활 이슈인 동시에, 정책적으로는 제조시설 투자 유도와 맞물리기 쉽다. 상대국을 향한 압박이면서 동시에 미국 내 정치 메시지를 강화하는 품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미국 내부에서도 의약품 관세는 양날의 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에선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연간 약 510억 달러의 비용 증가와 약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한 분석이 공개됐고, 수입 완제뿐 아니라 미국 내 생산에 쓰이는 수입 투입재까지 관세가 번지면 생산비 상승으로 되레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명확한 의도를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업계와 전문가들은 관련 발언의 맥락을 추가로 분석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리 (제약 및 바이오)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두고 자국 내 정치적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 전방위 압박 카드로 활용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며 "아직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입법 속도를 내고, 기업은 상황을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의약품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며 "언급 자체가 특정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현재로서는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