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0배 폭증' 연 43조 비만약 시장, 심장·간 치료 '2세대' 온다

체중감량 넘어 만성질환까지 맞춤형 정밀의료로 경쟁력 확보
후발주자·먹는 약 등판 예고…노보·릴리 양강 구도 깨진다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당뇨·비만 신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왼쪽)와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노보 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제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20년 대비 10배 이상 폭증하며 43조 원 규모를 돌파했다. 업계는 2026년을 기점으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동반질환 개선 효과를 앞세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체중 감량 효능을 넘어 동반질환 관리와 먹는(경구용) 약물 등 '정밀 의료'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비만 약 시장 폭발적 성장…2020년 대비 10배 폭증

6일 글로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전문기업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지출액은 300억 달러(약 43조 원)를 넘어섰다. 이는 2020년 대비 10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선두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있음에도 공급이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공적 급여의 한계에도 환자들이 사비로 약물을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4년 말 기준 영국에서는 50만 명 이상,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각각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비급여로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아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의 이면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비만 신약 개발 열기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임상 단계의 주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은 157개에 이른다. 6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포함한다. 이 중 7개의 약물은 이미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해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투여 경로의 다변화다. 주사제가 주류였던 기존 시장과 달리 개발 중인 전체 파이프라인의 43%가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먹는 약) 제제로 개발되고 있다.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까지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주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157건의 임상 단계(왼쪽, 단위 건)와 투여 방식 비중(단위 %).(아이큐비아 제공)/뉴스1
주사제·경구제 각축전…동반질환 등 정밀 접근 필요

아이큐비아는 비만 치료에 있어 주사제와 경구제 등 약물 선택이 나뉘는 것이 큰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 이전에는 치료 대부분을 주사제가 차지했다.

또 향후 5년 내 비만 시장이 환자의 치료 목적과 동반질환 유무에 따라 복잡하게 세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체중 감량을 넘어 환자의 동반질환과 치료 단계에 따른 정밀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 체중 감량 단계에 있는 환자들은 빠른 효과를 위해 주사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량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단계의 환자들은 매일 혹은 매주 주사를 맞는 것보다 꾸준히 복용하는 경구제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2026~2027년경 경구용 제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 이러한 치료 패턴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주사제 역시 월 1회 혹은 분기 1회 투여 등 편의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어 경구제가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동반질환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것이 2세대 비만 치료제의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는 대규모 임상(SELECT)을 통해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비만 환자들에게 우선적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지방간 질환이나 심부전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확보되면 이를 근거로 한 시장 포지셔닝과 급여 등재 전략이 제약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치료 지속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아이큐비아가 캐나다의 일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고비를 처방받은 비만 환자 중 1년 후에도 치료를 유지한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큐비아는 "낮은 치료 지속성은 비만 치료제가 만성 질환 관리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함에도 단기적인 체중 감량 수단으로 소비되고 그치는 현실을 보여준다"면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제약사들이 출시 2년 전부터 의료진 교육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치료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기반의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제약바이오 기업 연구원이 물질분석 연구를 하고 있다./뉴스1
폭풍 성장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 바꿀 변곡점 온다

업계는 2025년과 2026년을 비만 치료제 시장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곳곳에서 진단 기준의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란셋 위원회는 최근 비만 진단 기준을 단순 체질량지수(BMI) 중심에서 벗어나 더 정교한 방식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향후 치료 가이드라인은 물론 보험 급여 정책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쟁 구도의 변화 역시 임박했다. 올해에는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치료제 '오포글리프론'과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두타이드' 등 차세대 약물들이 잇달아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서보두타이드는 현재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가 양분하고 있는 독과점 구조를 깰 첫 번째 주요 경쟁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경쟁 약물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과 마케팅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큐비아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나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장 역학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실제 임상 근거(RWE) 등 정교한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기업만이 이 거대한 시장에서 탁월한 비즈니스 성과인 '런칭 엑설런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