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난임 지원 관심에 '펨테크' 화답…성장률 17% 시장 개척 나선다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 '한국 펨테크 산업협의체' 공식 출범
의료·IT 결합 '여성 건강' 예방·관리·치료 솔루션 시장 진출

한국펨테크산업협의체 참여 기업 관계자들이 간담회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2025. 12. 17/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난임 지원책 등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국내 산업계와 의료계, 연구기관이 손을 잡고 글로벌 연평균 성장률 17%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 '펨테크'(FemTech) 시장 개척에 나선다.

개별 기업의 각자도생 방식을 넘어, 정부 정책 제안부터 임상 검증, 글로벌 진출까지 아우르는 '원팀'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는 1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협회 대회의실에서 '한국 펨테크 산업협의체 발족식·간담회'를 열고 협의체 공식 출범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협회, 주요 펨테크 기업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해 협의체 비전을 공유하고 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펨테크, 차세대 성장동력"…2030년 145조 시장 형성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여성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의미한다.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분야다.

펨테크 산업협의체 비전 발표를 맡은 이준영 차헬스케어 전무는 "펨테크 산업은 AI와 멀티모달 데이터 기반으로 급속히 성장 중"이라면서 "헬스케어 분야의 확실한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펨테크 시장은 2022년 293억 달러(약 43조 원)에서 2030년 973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로 연평균 17.4%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펨테크 시장 성장으로 여성 건강이 증진될 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150억 달러(약 22조 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영 전무는 "초기 펨테크가 월경 케어에 집중됐다면, 현재는 임신·출산, 갱년기, 부인과질환 등 여성 생애 전주기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메이븐 클리닉 등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난임 시술 시 만들어지는 배아를 AI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비타 엠브리오' 활용 모습.(카이헬스 제공)/뉴스1
생태계 파편화·규제 장벽, '원팀'으로 돌파

협의체 출범 배경에는 국내 펨테크 산업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자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우리나라 펨테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산업 생태계가 파편화된 상황이다. 월경·임신·난임 등 특정 영역에만 서비스가 집중돼 있다는 한계가 나온다.

협의체는 문제점으로 △기업들의 독립적 수행에 따른 연구개발(R&D) 비용·시간 중복 △임상 데이터 축적 속도 저하 △의료기관 협력 부재에 따른 불충분한 임상 검증 △불명확한 규제 환경 등을 꼽았다.

건강관리와 치료 목적 사이에서 의료기기 여부가 불명확해 인허가 불확실성이 크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큰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성된 이번 협의체에는 기술력과 임상 역량을 갖춘 10개 주요 기관이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

참여 기업은 △차헬스케어(펨테크 AI 솔루션) △카카오헬스케어(모바일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 △루닛(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카이헬스(배아 분석 AI 솔루션) △수젠텍(여성 호르몬 진단키트) △아이도트(자궁경부암 진단 AI 시스템) △휴먼스케이프(임신·육아 플랫폼) △이너웨이브(환자용 질환 관리 앱) △휴레이포지티브(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등이다.

의료기관으로는 여성 의학 임상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한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이 합류했다.

이준영 차헬스케어 전무(가운데)가 한국펨테크산업협의체 목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 12. 17/뉴스1 황진중 기자
기술협력·규제혁신·글로벌 네트워크…3대 전략 추진

협의체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는 K-펨테크 생태계 조성'을 비전으로 내걸고 3대 핵심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기술·임상 협력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산·학·연·병이 R&D 공동 과제를 발굴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며 기술 표준화를 추진한다. 주요 병원과는 임상 실증 파트너십을 맺어 AI 학습과 임상 검증에 필수적인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규제 혁신과 정책 제안'에 주력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펨테크 특화 심사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도출해 관계 부처에 제안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정례 협의회를 운영해 현장의 규제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해소하는 창구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펨테크 어크로스 보더스'(Femtech Across Borders) 등 글로벌 컨소시엄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 학회와 심포지엄을 개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글로벌 투자자와의 연결을 통해 자본 유치 기회도 확대할 예정이다.

"골든타임 왔다…디지털헬스 혁신 이끌 것"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로봇수술, 영상진단 등 의료 기술과 최고 수준의 AI·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펨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펨테크 시장의 급성장은 국내 기업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협의체는 이러한 기회 요인을 살려 2026년 상반기에 펨테크 심포지엄과 정부 부처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국회 토론회와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펨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전무는 "우리나라 펨테크 산업 진흥을 위한 '골든타임'이 왔다"면서 "펨테크 산업협의체는 단순한 네트워킹을 넘어 기업, 병원, 정부의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을 만들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와 글로벌 시장 선도를 끌어내는 강력한 구심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협의체는 향후 회원사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K-펨테크'의 글로벌 도약을 주도할 계획이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