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송도에 '바이오 도시' 만든다…글로벌 패권 향해 '시동'
송도 11공구 18만㎡ 부지 매입·7조 원 단계 투자
항체·CGT·백신 아우르는 멀티 모달리티 허브 구상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인천 송도에 총 7조 원을 투입해 차세대 '바이오 수퍼캠퍼스'를 구축한다.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의 대형 생산기지에 더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 기반 백신, 펩타이드 등 미래 바이오산업의 핵심 모달리티까지 한 번에 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업계에서는 단순 증설이 아닌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 구도를 다시 짜려는 승부수라며 투자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 내 약 18만 7427㎡ 규모의 산업용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부지 매입 대금은 2487억 원이며, 이후 약 7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집행해 '제3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회사와 지자체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 전후까지 직·간접 고용 1만 명 이상, 약 12조 원 수준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캠퍼스는 개별 공장 단위로 생산능력을 늘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제조·품질·상업화를 하나의 클러스터 안에서 연계하는 통합형 바이오 인프라로 설계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선 송도에 사실상 하나의 '바이오 도시'를 올리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송도 일대에 구축한 여러 공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항체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이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다수의 CDMO 계약을 맺으며 매출·수주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해 왔다. 이번 제3바이오캠퍼스는 이러한 항체 중심 구조에 더해 차세대 모달리티까지 수용하는 '멀티 플랫폼 CDMO'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프로젝트다.
새 캠퍼스에는 기존 항체의약품 생산설비뿐 아니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 기반 백신 △펩타이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생산·개발 시설이 단계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CGT·백신 분야는 고도의 공정 기술과 품질관리 역량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갖춘 CDMO에 프로젝트가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3캠퍼스를 통해 이 수요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캠퍼스는 기존 1·2캠퍼스 인근에 조성돼 공정·품질·기술 지원 기능을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개발·생산 프로젝트 리드타임을 줄이고, 각국 규제기관의 허가 요구에 보다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해외 일부 매체가 이번 프로젝트를 "개발에서 상업화까지 한곳에서 처리되는 혁신 신약 바이오 빌리지"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구조를 반영한 평가라는 분석이다.
제3바이오캠퍼스 구축은 송도가 글로벌 CDMO 경쟁의 핵심 무대로 떠오른 시점에 나왔다. 같은 송도 내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수조 원대 투자를 선언하고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는 등, 국내 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글로벌 바이오 생산 거점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송도를 '바이오 산업의 수도'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인프라와 규제 완화 지원을 병행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인적 분할을 통해 순수 CDMO 기업 체제로 전환한 뒤, 항체의약품 대형 생산기지 구축을 1단계로 마무리했다. 이번 제3캠퍼스는 여기에 차세대 모달리티까지 포트폴리오에 추가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2단계 전략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제3캠퍼스 완공 이후 항체·CGT·백신·펩타이드 등 다양한 형태의 바이오 의약품을 한 곳에서 개발·생산하는 '종합 바이오 제조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와 생산 거점 다변화, 신기술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규모·기술·클러스터'를 모두 갖춘 대형 CDMO의 희소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7조 원 베팅이 단순 설비 증설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승부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향후 구체적인 설비 구성, 모달리티별 투자 비중,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 구조가 어떻게 짜여지는지에 따라 제3바이오캠퍼스의 실질적인 위상과 파급력도 가려질 전망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인적 분할을 통해 순수CDMO기업으로 전환을 완료함과 동시에 이번 계약을 통해 새로운 모달리티 진출을 통한 차세대 성장 동력까지 확보하게 됐다"며 "'글로벌 톱 바이오 기업'이라는 회사의 목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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