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연 'K-우주의학'…미세중력 신약 개발 시대 열렸다

국내 위성 최초로 우주의학 분야 실험·실증 시도
보령, 우주정거장 개발 참여…정부도 관심 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맞아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2025.1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한국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국산 우주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연구·산업 분야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발사에는 우주 환경 관측부터 항암제 연구까지 다양한 임무를 맡은 총 13기의 위성이 실렸고, 특히 우주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바이오 실험이 포함되면서 '우주 제약·우주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1기)와 큐브위성 12기 등 총 13기의 위성이 탑재됐다.

구체적으로 역분화 심장 줄기세포를 미세중력에서 3D 프린팅해 조직의 자발적 수축을 관찰하는 것이 목표다. 편도유래 줄기세포를 혈관 세포로 분화시키는 실험을 진행한다. 우주 공간에서 생체조직을 제작할 수 있다면 심혈관계 질환 치료, 난치질환 극복, 장기 부족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의학적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스페이스린텍이 개발한 큐브위성 '비천'(BEE-1000)도 바이오 연구 임무를 수행한다. 이 위성은 세계 최초로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을 미세중력 환경에서 단백질 결정화하는 실증 실험을 맡았다. 미세중력은 결정을 균일하게 성장시키고 불순물을 최소화해 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항암제 개발 효율을 끌어올리고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 자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인 우주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바이오캐비닛은 국내 위성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저궤도 미세중력 환경 바이오 실험·실증"이라며 "우리나라 우주과학탐사 역량의 성장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우주 의약 기업 스페이스린텍 윤학순 대표는 "위성 공간의 절반을 단백질 결정성장 모듈로 쓴다. "우주 바이오 주권 및 기술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누리호 4차 발사에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1기)를 비롯해 큐브위성 12기 등 총 13기의 위성이 실린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보령', 야심작 우주 사업 몰두…정부도 R&D 과제 지원

누리호 4차 발사를 계기로 우주 기반 신약 개발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 속에서, 우주의학·우주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미국·일본·중국 등은 우주 환경에서 인체 영향 규명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머크·아스트라제네카·일라이 릴리·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령(003850)이 우주 인프라 구축 전략을 가장 앞서 추진하고 있다. 보령은 2023년 4월 미국 우주기업 엑시엄 스페이스와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우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양사는 2030년 퇴역 예정인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에 협력 중이다.

이외에 동아에스티(170900) 자회사 앱티스도 우주의학 연구에 나서며 신규 플랫폼 확보에 도전장을 냈다.

정부 역시 우주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의학 연구개발(R&D) 과제를 선정했으며, 가톨릭중앙의료원에 2029년까지 총 108억 원을 투입해 연구를 뒷받침한다.

의학계는 우주 미세중력 환경이 줄기세포 3D 배양, 고순도 항암제 합성 등 지상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첨단 바이오 연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