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돌고 韓 상륙한 '메이드 인 코리아' 뇌전증 신약[약전약후]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대한민국 최초 독자개발로 미국·유럽 승인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미국·유럽 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글로벌 100여 개국을 돈 끝에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100% 국산 신약이 해외에서 먼저 혁신성을 인정받고 모국으로 되돌아온 상징적 사례다.
세노바메이트는 성인 뇌전증 부분발작 치료제로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 시판 허가를 받았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1·2·3상, 신약허가신청(NDA), 판매 허가까지 전 과정을 SK바이오팜(326030)이 자체 역량으로 완주해 얻어낸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개발 혁신 신약이다.
세노바메이트 개발의 출발점은 미충족 수요였다. 뇌전증은 전 세계 약 5000만 명이 앓는 대표적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수십 년간 약물이 쏟아졌음에도 발작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발작소실률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SK바이오팜은 기존 치료제를 1~3개씩 복용해도 발작이 남는 난치성 환자가 전체의 60% 안팎을 차지하는 현실 속에서 2001년 중추신경계 질환에 '선택과 집중'을 선언했다. 발작을 줄이는 약이 아닌 발작이 사라지게 하는 약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연구진은 후보물질 단계에서 2000여 개 화합물을 합성했고, FDA 제출 자료만 230만 페이지에 달할 만큼 데이터를 쌓았다. 임상 2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자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이전 제안이 잇따랐지만 '우리 힘으로 끝까지 간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미국·유럽 허가의 근거가 된 2건의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3상에서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약을 1~3개 복용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성인 부분발작 환자에서 발작 빈도 중앙값을 최대 55%까지 낮췄다. 위약군 감소율은 20%대에 그쳤다.
특히 유지 기간 발작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는 완전발작소실률은 위약 1~9% 수준에서 세노바메이트 투여군 20% 안팎까지 높아졌다. 난치성 환자에서 두 자릿수 '제로 발작'을 보여준 것이다.
발작 관련 부상과 뇌전증 돌연사 위험이 큰 전신 강직-간대발작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에서도 세노바메이트 투여군의 발작 빈도는 기저치 대비 71.9% 감소, 위약군(39.6% 감소) 대비 우수했다. 동북아 3상에서는 아시아 환자에서도 강력한 효과를 입증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직판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아시아·라틴아메리카 등 약 100개국에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했다. 2019년 유럽 시장에 첫 기술 수출을 한 이후 단일 약물로 달성한 전체 거래 규모는 약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달에는 세노바메이트 국내 판권을 보유한 동아ST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여정의 정점을 찍었다. 이로써 국내 환자들도 미국·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은 '메이드 인 코리아' 혁신 항발작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SK바이오팜과 동아ST는 2026년 국내 출시와 급여 등재를 목표로, 성인 부분발작을 시작으로 전신 발작과 소아·청소년까지 적응증을 넓혀 갈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를 앞세워 2029년까지 국내 제약사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달성을 노리고 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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