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 "K-바이오 자금조달 변화 맞춰 전략 짜야"[GBF 2025]

팬데믹 이후 무너진 신뢰…K-바이오, 다시 반등 신호
"바이오는 자본으로 움직이는 산업…10년 투자 구조가 바꿔"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뉴스1 글로벌바이오포럼(GBF) 2025’에 참석해 'K-Bio의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위한 글로벌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기술력에 앞서 '재무 체력과 자본 조달 구조'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포럼 2025'(GBF 2025) 발표자로 나서 지난 20년간 K-바이오 투자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했고, 현재 자금조달 환경이 어떤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는지, K-바이오가 어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떻게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지 짚었다.

김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자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산업의 성패는 기술보다 자금조달 구조가 결정한다. 지금의 금융시장 흐름과 조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 전략도 성립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자금조달 급랭…회복 중이나 정상화까지 시간 필요"

김 대표는 발표 초반, K-바이오의 지난 20년 성장세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소개하며 "2009~2010년 당시 국내 전체 시가총액에서 제약·바이오가 차지하던 비중은 0.2%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1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거대 기업 영향이 크지만, 코스닥의 성장은 사실상 바이오가 이끌었다"며 "팬데믹 이후 신뢰가 흔들리며 주가가 급락했지만, 최근 다시 빠르게 회복하며 코스닥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팬데믹 시기에는 대한민국 모든 투자 자금이 바이오로 몰렸다. 하지만 신뢰가 꺾이면서 시총이 반의 반, 일부는 10분의 1 토막까지 나며 자금조달이 사실상 마비됐다"면서도 "최근에는 특정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 신뢰가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에 오른 기업들, 그리고 상장 후 기술수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다시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 정상화라고 보긴 어렵지만 '회복 곡선'에 진입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뉴스1 글로벌바이오포럼(GBF) 2025’에 참석해 'K-Bio의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위한 글로벌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제3자 배정 늘고, 전환사채 비중 확대…한국 VC·IB 생태계 구조 변화"

김 대표는 최근 자금조달 형태가 크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보통주 기반의 대규모 투자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제3자 배정 증가와 전환사채(CB) 비중 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를 '두 가지 신호'로 해석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해외처럼 기관·전략투자자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상장 요건 강화와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CB·EB 등을 활용해 필요한 만큼만 조달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신약개발 기업의 상장 과정이 갈수록 어렵고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 시기 진단기업들은 '조기 입학'하듯 빠르게 상장했지만, 그 효과를 제외하면 신약벤처가 설립 후 상장까지 평균 14~15년이 걸린다. 최근엔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들어 연구 속도가 더디고, 거래소 상장 심사도 강화되면서 이 기간이 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PO 시장은 연말·연초에 집중되지만 여전히 회복 탄력은 제한적"이라며 "기술특례상장 비중도 팬데믹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이는 시장 신뢰 상실 이후 투자자의 '학습 효과'가 생긴 결과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최근 대규모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네 가지로 꼽았다. 이는 △자신글로벌자신글로벌 트렌드와 맞닿은 전략 △중요 적응증(암·면역·대사질환 등) 중심의 파이프라인 △글로벌 임상 및 사업개발(BD) 능력 △설립 초기에 정한 기술·정체성을 흔들지 않는 지속성 등이다.

그는 "파이프라인은 8~15년짜리 프로젝트다. 처음 설립할 때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일관되게 가져가는 기업들이 결국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김 대표는 바이오 기업이 갖춰야 할 조건을 재차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예전처럼 특정 학교 출신·벤처 1세대의 브랜드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는 끝났다. 처음부터 글로벌 임상·BD 전략이 설계된 기업만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며 "창업자가 모든 지분을 들고 시작해 끝까지 회사를 지키는 방식은 바이오 산업에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SI·패밀리오피스·글로벌 투자자와 협력해 자본 구조를 장기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지난 20년이 '기술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자본과 전략의 시대'다. 글로벌 자본과 글로벌 전략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