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세라 품은 화이자, 노보·릴리에 도전장…차세대 비만약 판도 흔든다
화이자, 총 100억 달러 규모에 인수…전략적 전환점 평가
멧세라, 월 1회·아밀린·경구용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보유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와 벌인 치열한 인수 경쟁 끝에 멧세라를 인수하며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단순 파이프라인 보강을 넘어 화이자가 일라이 릴리, 노보와 '비만약 빅3'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멧세라를 조건부 가치권리를 포함해 주당 최대 86.25달러, 총 100억 달러(약 13조원) 규모에 인수했다. 이는 지난 9월 화이자가 초기 제시한 약 73억 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당시 화이자는 주당 50달러 중후반대 수준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는 그동안 비만 치료제 경쟁에서 한발 뒤처져 있었다. 과거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후보 등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에 실패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릴리와 노보에 완전히 뺏긴 상황이었다.
멧세라 인수는 화이자의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멧세라는 GLP-1 주사제 'MET-097i'와 췌장 호르몬 아밀린을 모방한 차세대 치료제 'MET-233i' 등을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두 파이프라인이 향후 연간 최대 50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매출을 낼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MET-097i는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한 초장기 지속형 GLP-1 주사제로, 1·2상 초기 데이터에서 투여 36일 차에 체중이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감기가 약 16일에 달해 기존 주 1회 투여 GLP-1 대비 투여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MET-233i는 아밀린 호르몬을 모방한 초장기 지속형 아날로그로, 동일하게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한다. MET-097i와 반감기·용해도 특성을 일치시키도록 설계돼 병용요법 또는 단일 제형 개발이 용이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아밀린 계열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비만 치료 기전이다. 아밀린은 포만감 신호를 강화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GLP-1과 작용 기전이 달라 병용 시 체중 감량 효과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역시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중심축이 GLP-1에서 아밀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릴리와 노보가 아밀린 계열 파이프라인 임상 투자 속도를 높이는 이유기도 하다.
여기에 멧세라는 주사제 수준의 효능을 경구 제형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MET-224o, MET-097o 등 경구용 GLP-1 계열도 병행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전구체 물질 MET-002o 임상이 진행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제형 최적화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150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수를 통해 화이자가 후발주자에서 벗어나 월 1회 제형, 아밀린 모달리티, 경구 GLP-1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하며 다시 한번 게임 체인저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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