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왕좌의 게임'급 인수전 승리…멧세라 100억 달러에 품어(종합)

화이자 vs 노보 인수전에 일주일새 멧세라 주가 60% 급등
FTC 개입에 화이자 勝…멧세라 신약 연간 50달러 매출 전망

2020.11.1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와 벌인 멧세라 인수 경쟁에서 최종 승리했다. 약 두 달간 이어진 치열한 경쟁 끝에 거래 규모는 초기 제안의 두 배 수준인 100억 달러(약 14조 5000억 원)까지 급등하며 초대형 M&A로 마무리됐다.

멧세라는 7일(이하 현지시간) 화이자의 주당 최대 86.25달러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금 65.60달러에 더해 향후 개발 성과에 따라 최대 20.65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부 가치권리(CVR)를 포함한 금액이다. 인수전이 본격화한 지난 일주일간 멧세라 주가는 60% 가까이 뛰었다.

멧세라 인수전은 화이자가 지난 9월 약 73억 달러 규모, 주당 50달러대 중후반 수준의 조건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사실상 단독 협상 구도였으나 지난달 말 노보 노디스크가 화이자보다 높은 금액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면서 판도가 흔들렸다. 멧세라 주가는 일주일 새 60% 가까이 급등했고, 협상은 경쟁 입찰로 전환됐다.

화이자는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공세에 나섰다. 화이자는 지난달 31일 델라웨어 주법원에 첫 소송을 제기해 멧세라 이사회와 일부 주요 주주가 기존 협력 합의를 부당하게 파기하고 노보와의 논의를 진행해 계약 의무와 신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흘 뒤인 3일에는 연방법원에 반독점 위반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화이자는 노보의 멧세라 지분 확보가 GLP-1·대사질환 파이프라인 경쟁을 저해하고 미국 내 연구·상업화 시장을 부당하게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빅파마 간 이중제소는 이례적인 경우로 알려졌다.

2025년 9월 12일(현지시간) 덴마크 칼룬보르에 위치한 노보 노디스크 공장 사진. 비만치료제인 위고비를 만드는 제약사다. 2025.10.15.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멧세라 파이프라인 연간 50달러 매출 전망

협상 판도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개입으로 뒤집혔다. FTC는 노보와 멧세라에 보낸 서한에서 양사 간 거래가 미국 반독점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확보한 노보가 또 다른 유망 기업까지 인수하는 데 규제 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멧세라는 "법적·규제적 위험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고, 노보는 제안가 상향을 포기하며 인수전에서 철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두고 "왕좌의 게임에 비견될 만큼 치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이자의 승리는 단순 기업 인수를 넘어 글로벌 제약업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 재도전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화이자는 앞서 과거 비만 치료제 개발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으나 멧세라 인수를 통해 비만약 경쟁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멧세라는 GLP-1 주사제인 'MET-097i'와 췌장 호르몬 아밀린을 모방한 차세대 치료제 'MET-233i'를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두 파이프라인이 향후 연간 최대 50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 매출을 낼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멧세라 이사회는 이미 화이자의 제안을 주주들에게 승인할 것을 권고했으며, 양사는 오는 13일 예정된 주주총회 이후 인수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