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정호 교수 "이상지질혈증, LDL-C 수치 최대한 낮춰야"

허정호 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교수 인터뷰
스타틴, 30년간 안전성 입증…이상지질혈증 치료 이상적

허정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심혈관센터장(심장내과 교수)가 이상지지혈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최근 발표된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기존보다 더 일찍 시작하도록 권고한 것입니다."

8일 허정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심장내과 교수(심혈관센터장)는 최근 뉴스1과 만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의 최신 치료 지견과 핵심 치료제 '스타틴'의 역할에 대해 소개했다.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적으로 암을 종류별로 나누어 보면, 심혈관질환이 단일 질환으로는 국내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그만큼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가 중요한 보건학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허정호 교수는 심장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치료하는 중재 시술 전문가다. 그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기저에는 동맥경화가 자리하고 있다"면서 "최근 학회에서는 동맥경화를 보다 정확하게 관찰하고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진단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빨리, 더 낮게"…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 변화

최신 심혈관질환 치료 경향은 '조기 치료'와 '낮은 LDL-콜레스테롤(LDL-C) 수치 유지'로 요약된다. 이상지질혈증은 동맥경화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LDL-C 수치를 포함한 네 가지 지표로 평가한다.

허 교수는 "핵심은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를 최대한 낮게, 그리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데 있다"면서 "과거에는 일정 수준만 낮춰도 허용됐지만 현재는 작은 사건조차 막기 위해 LDL-C를 최대한 낮게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국내 가이드라인 역시 고위험 환자는 LDL-C 55㎎/dL(데시리터) 이하, 반복적으로 질환이 발생하는 환자는 40㎎/dL까지 낮추도록 권고한다. 당뇨 환자의 경우에도 70~100㎎/dL 이하 혹은 70㎎/dL 이하로 이상적인 조절을 권장한다.

이러한 조기 치료 흐름은 심혈관질환이 없는 1차 예방 환자군에도 적용된다. 허 교수는 "55세 남성이 고혈압이 있다면 명확한 심혈관질환이 없어도 국내 가이드라인상 LDL-C를 130㎎/dL 이하로 낮춰야 한다"면서 "질환이 없더라도 적절한 시점에 빠르게 LDL-C를 낮추는 것이 향후 질환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호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심혈관센터장(심장내과 교수)가 이상지지혈증 치료를 위한 스타틴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뉴스1
심혈관질환의 근본 원인 '플라크'…"LDL-C가 주범"

혈관이 좁아진 상태인 협심증이나 혈관이 막힌 상태인 심근경색 등 심장 혈관 질환의 기저에는 '동맥경화'가 있다. 허 교수는 "심장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작고 딱딱한 일종의 덩어리인 플라크가 혈관 내에 생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혈중 LDL-C 수치 상승이다. LDL-C가 혈관 내피세포를 통과해 침착되고, 노폐물 덩어리로 축적되면서 플라크가 형성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플라크가 커지거나 굳으면서 혈관을 막는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는 이 과정을 촉진하는 주요 인자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는 재발 위험이 높다. 한 조사에 따르면 ACS 입원 후 1년 내 심혈관 관련 사망, 재발성 심근경색 등을 포함한 복합 사건 발생률이 18.3%에 이른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 모두 ACS 환자에게 더 공격적인 LDL-C 강하 치료를 권고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크레스토'(성분명 로수바스타틴)./뉴스1
30년 검증된 '스타틴'…이상지질혈증 치료·예방 표준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약제는 스타틴이다. 스타틴은 간의 콜레스테롤 대사 과정에서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해 콜레스테롤 합성을 차단한다.

허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스타틴 사용으로 LDL-C를 낮추고 심혈관 질환 사망이 줄었다는 데이터가 축적됐다"면서 "다른 약제들은 사라지기도 했지만, 스타틴은 지금까지도 가장 근간이 되는 치료제"라고 말했다.

모든 이상지질혈증과 ASCVD 위험군에서 스타틴은 1차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다. 수많은 스타틴 중에서도 '크레스토'(성분명 로수바스타틴)는 현재 사용되는 약제 중 가장 강력하게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로 꼽힌다.

크레스토는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뿐 아니라 동맥경화 진행 지연과 1차 예방 효과 등을 입증했다. '애스터로이드'(ASTEROID) 임상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플라크가 있는 무증상 환자에게 크레스토를 투여하자 플라크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투약 24개월 후 LDL-C는 53.2% 감소했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C는 14.7% 증가했다. 허 교수는 "플라크가 확인된 환자에게 크레스토가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주피터'(JUPITER) 연구는 1차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고 LDL-C 수치가 정상 범위인 환자에게 크레스토 20㎎을 투여한 결과 위약 대비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44% 감소했다.

허 교수는 "스타틴은 심혈관질환 예방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약"이라면서 "크레스토는 대표적인 약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스타틴 부작용 우려에 대해 허 교수는 "과도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인 근육통은 5~10% 정도에서 발생하지만 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뇨 발생 위험을 소폭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스타틴의 심혈관계 보호 효과라는 전반적인 이익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스타틴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약제"라면서 "만약 중대한 부작용이 있었다면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호 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교수 프로필

△고신대복음병원 심혈관센터장 △대한심장학회 연구위원 △대한심근경색연구회 연구위원 △경북대 의대 내과학 박사 △경북대 의대 내과학 석사 △경북대 의과대학 졸업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