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혁신…고혈압 초기 치료 패러다임 바꾼 '이 약'[약전약후]
아모프렐, 세계 최초 저용량 3제 고혈압제
임상서 단일제 대비 혈압 강하 효과 입증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고혈압 초기 치료부터 여러 성분을 저용량으로 병용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더 안정적인 혈압 조절이 가능하지 않을까?"
2017년 여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에 참석 중이던 동국의대 심장내과 이무용 교수는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했다.
당시 대부분의 치료는 단일제 고용량 투여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약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치료 초기부터 여러 성분을 저용량으로 병용하는 접근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귀국 후 이 교수는 한미약품(128940) 신제품개발본부에 직접 연락해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한미는 전례가 없던 저용량 3제 복합제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약물 간 상호작용, 흡수율, 용량별 효능, 제형 안정성 등 기초 데이터부터 새로 확보해야 했던 만큼 연구는 쉽지 않았다.
개발 과정에는 약 200명의 연구 인력이 투입됐고,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한미는 복합제의 안정성과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고도화된 제제 기술을 적용했다. 고령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고려해 정제 크기를 지름 6㎜로 줄였고, 세 가지 성분을 한 알에 담는 구조를 완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아모프렐은 암로디핀 1.67㎎, 로사르탄 16.67㎎, 클로르탈리돈 4.17㎎을 기존 상용량의 3분의 1로 줄여 조합한 저용량 복합제다. 기존 '아모잘탄플러스'와 동일한 유효성분을 사용했지만 용량을 재설계해 이상 반응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아모프렐을 저용량 3제 항고혈압제로 허가받았다. 이는 세계 최초의 저용량 3제 항고혈압제이자, 저용량 설계로 고혈압 초기 치료에서 유의한 혈압 강하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아모프렐은 국내 본태성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단일제 대비 우수하거나 비열등한 혈압 강하 효과를 보였다. 2상에서는 투여 8주 후 평균 좌위 수축기 혈압(sitSBP)이 암로디핀 5㎎ 단독군보다 약 12㎜Hg, 로사르탄 100㎎ 투여군보다 약 6㎜Hg 더 낮았다.
3상 임상시험에서도 암로디핀 5㎎ 대비 비열등성, 로사르탄 50㎎ 대비 우월성이 확인됐다. 이상 반응 발생률 역시 단일제보다 낮았다.
지금까지 고혈압 치료는 단일제 투여 후 단계적으로 약을 추가하는 '계단식 요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치료 초기부터 복합제를 병용하는 '초기병용요법'이 조기 혈압조절과 이상 반응 감소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늘고 있다.
아모프렐은 이러한 변화된 치료 패러다임을 반영한 제품이다. CCB·ARB·이뇨제의 세 기전을 저용량으로 동시에 투여해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면서 이상 반응 부담은 줄였다. 특히 CCB 복용 시 흔히 나타나는 발목 부종 등의 부작용 발생률이 낮아 환자의 복약순응도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모프렐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 출시를 넘어 국내 고혈압 초기 치료 전략의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축적된 제제 기술을 기반으로 복합신약 개발을 지속하고, 복용 편의성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개선하는 혁신 제품을 추가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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