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잇단 '꽃놀이패' EB 발행…광동제약 철회로 '긴장'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 조달 효과는 뚜렷
단기간 주가 급락 우려도…업계는 고민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제도 시행 전 보유 자사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기준을 대폭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광동제약이 발행 계획을 철회하면서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종근당·대원제약 등 제약업계 잇단 EB 발행…현금 유동성 확보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자사주 의무 소각" 논의가 본격화되자 종근당(185750), 종근당홀딩스(001630), 대원제약(003220), 삼천당제약(000250) 등은 잇따라 자사주 기반 EB 발행에 나섰다.

종근당은 611억 원, 종근당홀딩스는 141억 원, 대원제약은 159억 원, 삼천당제약은 295억 원 규모를 각각 공시했다.

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타사주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는다.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금 희석 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자사주는 기업의 '꽃놀이패'로 불린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선제 대응하면서 R&D(연구개발) 투자비 등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EB를 활용하는 셈이다. 최근 발행된 EB의 표면·만기이자율은 대부분 0~1% 수준으로, 저금리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광동과천타워 조감도. (광동제약 제공)
채권자 가치 훼손 우려에 금감원 기준 강화…정정명령 받은 광동, 철회

금융당국은 EB 발행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해 지난 10월 20일부터 자사주 EB 공시를 대폭 강화했다. 금융감독원은 EB를 선택한 사유, 발행 시점의 타당성, 주주이익 영향, 재매각 계획, 주선기관 등을 공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공시가 미흡할 경우 정정명령 또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광동제약(009290)은 같은 날 자사주 250억 원 규모의 무이자 EB 발행을 공시했으나, 금감원으로부터 정정명령을 받은 이후인 10월 28일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에선 금감원 조치 이후 제약사들이 자사주 기반 EB 발행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특성상 R&D 비용 확보 차 자사주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빈번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의 문턱이 높아져 자사주 대상 EB 발행이 어려워졌다"며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중견·중소 제약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 시 대규모 R&D 투자가 필요한 업종 특성을 고려해, 자사주를 유연하게 활용할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사주 활용 EB가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같은 날 바이넥스(053030)는 강화된 공시 기준에 맞춰 155억 원 규모 자사주 EB 발행을 공시했다. 이 회사는 교환가를 15% 할증하고 리픽싱(재조정) 조항을 제외하는 등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