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생체 나이 분석 가능"…빅데이터·AI가 읽는 노화

[노화역전의 꿈]⑬딥 론제비티 등 노화 시계 연구 활발
"숫자로 노화 확인…보험·뷰티 등 다방면서 활용될 것"

편집자주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이 이어지면서, '노화 역전'이라는 개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스1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노화역전을 집중 조명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수와 질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신체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는 곧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노화 흐름을 늦추고 젊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많다. 항노화·역노화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과 유전자 정보를 결합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노화 시계(Aging clock)'도 주목받고 있다.

피 한 방울로 생체 나이를 예측한 뒤 이를 맞춤형 건강 관리에 활용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노화 시계는 건강한 노화와 질병 예방의 새로운 과학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DNA 기반·단백체 시계…다양한 노화 시계 종류

27일 업계에 따르면 노화 시계는 다양한 생물학적 지표를 기반으로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다. 노화가 가속화된 개인을 조기에 식별해 예방적 건강 관리와 치료에 도움을 준다.

노화 시계의 종류는 다양하다. △DNA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에피제네틱 시계' △특정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통해 노화 상태를 평가하는 '유전자 발현 시계' △혈액 등 체액 내 단백질 변화를 추적하는 '단백질 시계' △대사 산물의 변화를 모니터링해 노화를 평가하는 '메타볼로믹 시계' △성장 호르몬, 인슐린 등 호르몬 변화를 기준으로 측정하는 '호르몬 시계' △면역계의 노화 및 기능 저하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면역 시계'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 길이로 노화 정도를 평가하는 '텔로미어 시계' 등이 있다.

노화 시계를 활용하면 한 사람의 몸이 실제 나이보다 몇 살 젊은지, 늙는지 예측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산업도 활발하다.

미국의 딥 론제비티(Deep Longevity)는 혈액 한 방울로 생물학적 나이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내놓았고, 구글 딥마인드(DeepMind)에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AlphaFold'를 이용해 노화 관련 단백질을 분석한다.

미국 신약개발스타트업 인실리코 매디슨(Insilico Medicine)은 노화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와 생물학적 경로를 분석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제로(Gero)도 스마트폰 센서 데이터만으로 건강 나이를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역노화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늘리는 건강수명에 대한 개념을 적용하면 노화의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며 "건강 수명을 예상할 수 있고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척도, 노화 시계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포 플랫폼 활용한 역노화 치료제 개발 사례 주목

노화 시계로 확인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노화 관련 질환이 찾아오기 전 개인 맞춤형 항노화·역노화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개인 유전체나 단백질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통해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치료제 개발에 활용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데이터를 통해 검증된 분자 경로로 노화 경로를 검증하고 약물 개발에 연결하는 식이다.

미국의 바이오에이지랩스(BioAge Labs)는 수만 명의 혈액 단백질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염증 발생과 관련한 노화 경로를 찾아 'NLRP3 억제제'라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알카헤스트(Alkahest)는 젊은 사람의 혈장 단백질에서 회복력을 주는 인자를 찾아, 노화 관련 질환에 활용하는 임상을 하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AI가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노화 억제 유전자를 찾아내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이에 더해 알토스 랩스(Altos Labs)는 노화 시계를 되돌려 개체의 모든 세포를 젊게 만들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브레인이뮤넥스가 노화 관련 질환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바이오텍으로 꼽힌다.

브레인이뮤넥스의 경우 노화 뇌 면역세포 역노화 플랫폼을 활용해 뇌 노화 제어와 함께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핵심 기술은 'aBAM'이다. 뇌 노화라는 근본적 위험인자를 제어해 퇴행성 신경계 질환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권민수 브레인이뮤넥스 대표가 9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바이오리더스클럽'에서 ‘노화역전 트렌드와 퇴행성 뇌질환 치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5.9.1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권민수 브레인이뮤넥스 대표는 "AI가 노화를 숫자로 보여주는 시대가 왔다. 항노화 약물이나 식습관, 운동, 건강기능식품과 더불어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의 효과를 생물학적 나이 점수로 확인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젊어지기 위해 다양한 산업이 도래하고 있다. 건강보험, 헬스케어,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 노화 시계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뇌 노화 연구는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인지 기능장애와 관련된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하는 회사 등과 협업을 할 수도 있다. 산업적으로 장점이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