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약 '콜린' 보험 축소에 의료현장 타격…"장기 효과 고려해야"
인지 개선 근거 부족 '니세르골린·은행엽 제제' 다시 주목
"행정 논리가 과학 앞설 시 환자 치료 현장 퇴보"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의 급여 축소가 시행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의료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치매 외 질환에 대한 콜린 제제 본인부담률이 30%에서 80%로 대폭 인상되자 일부 환자와 의료진이 대체할 수 있는 약을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체 약으로 거론되고 있는 니세르골린과 은행엽 제제가 이미 효과 부족으로 의료계에서 도태된 약물이라면서 콜린 제제 장기 효과 등을 고려해 보험급여 축소 수준을 다시 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콜린 제제에 대한 선별급여 고시 취소 청구 소송이 지난달 기각되면서 해당 약물에 대한 환자 본인부담률이 기존 30%에서 80%로 늘어났다.
콜린 제제는 뇌신경 손상으로 저하된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을 돕는 전문의약품이다. 주로 퇴행성 뇌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 착란 등 인지기능 장애 개선 등에 사용된다. 뇌혈관장벽(BBB)을 쉽게 통과해 뇌세포에 직접 콜린을 공급하고 손상된 뇌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는 급여가 축소된 이후 콜린 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이 마땅히 없는 것으로 본다. 대체 약물로 니세르골린과 은행엽 제제 등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들 의약품은 콜린 제제와 작용기전과 적응증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니세르골린은 1970~1980년대 뇌혈류 개선제로 사용된 약물이다.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이 임상 근거 부족과 부작용 위험을 이유로 사용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은행엽 제제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인지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통계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혈액순환 개선 보조제' 수준으로 분류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은행엽 제제를 인지기능 개선 효능 재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효능 논란으로 사라졌던 약들이 콜린 제제 대체 약으로 다시 언급된다는 것은 의료 현장보다 행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콜린 제제 급여 적정성을 이유로 본인부담률을 상향했다. 대체 치료제에 대한 검증이나 후속 관리 방안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환자 부담이 늘어난 콜린 제제 대신 저렴하지만, 효과가 불분명한 약이 재조명되는 왜곡된 시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콜린 제제는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전 단계 수준인 환자에게 처방돼 왔다. 하지만 급여 축소 이후 일부 환자들은 '비슷한 효능이라고 들었다'며 은행엽 제제나 일반 보조제를 자비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정보 비대칭의 결과라고 본다. 한 신경외과 교수는 "은행엽 제제는 혈류 개선제일 뿐, 인지기능 개선이나 신경세포 회복 적응증 등은 없다"면서 "과학적 효과가 입증된 콜린 대신 비과학적 대체제를 찾는 것은 환자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콜린 제제 급여 축소에 따라 일부 환자는 치료비 등에 부담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도 인지장애 가족이 있는 A 씨는 "치매 진단을 받으면 30% 부담이지만, 예방 차원에서 복용하면 80% 부담이다. 이미 치매에 걸린 환자에게만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세대가 예방적으로 인지장애를 관리하면 자녀 세대의 돌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이런 조치가 내려진 것은 행정 편의를 위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외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치매·경도인지장애 환자 꾸준히 증가…"예방적 개입 핵심"
보건복지부의 '2023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97만 명이다. 2033년에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환자만 4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 중 10~15%는 해마다 치매로 발전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치료관리비는 1733만 원이다. 생존 기간을 고려할 시 평균 2억 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급여 축소 이후 콜린 제제의 월 추가 부담은 약 1만 4000원 수준이다.
의료계는 단기 약제비 절감보다 장기 예방 효과를 고려하면 콜린은 여전히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치료제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관련 정책은 '단기 재정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본인부담률 조정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80%는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신경학회 관계자는 "사회적 요구와 임상 근거를 반영해 본인부담금을 50%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방적 개입은 치매 관리 비용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