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리 없는 뼈도둑' 골다공증, 방치 시 사망까지…"꾸준한 치료 핵심"
백기현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인터뷰
"고령 인구 증가에 환자 급증…예방적 치료 중요"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골다공증은 골절이 생기기 전까지 환자가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뼈가 이미 약해져 골절이 생기고 나서야 병의 실체를 알게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조용한 질환', '침묵의 질환'이라고 불립니다."
이달 20일 '세계 골다공증의 날'을 앞두고 최근 뉴스1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만난 백기현 내분비내과 교수(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는 골다공증의 가장 큰 위험성은 '무증상'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골다공증은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위해 반드시 관리해야 할 중대한 질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3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백기현 교수는 "여성 기준으로 70세 이상은 70%, 60대는 35%, 50대는 15%가 골다공증을 앓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며 "고령 인구의 증가는 곧 골다공증 환자가 급증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이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골다공증성 골절 건수는 43만 4000건에 이른다. 한 명이 여러 번 골절을 겪는 사례를 일부 제외하더라도 40만 명 수준의 한 중소도시 인구 규모가 골다공증성 골절을 앓는 것으로 풀이된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단순한 뼈 손상에 그치지 않고 환자 삶과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고관절 골절은 1년 내 사망률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백 교수는 "골절로 인한 고통은 매우 심하며, 간병비 등 사회적 비용 등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면서 "비가 오면 우산을 쓰듯, 뼈가 약해졌다면 골절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하는 예방적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 관리는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함께 이뤄진다. 백 교수는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전, 생활 습관 개선이 기본적으로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낙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균형 감각을 키우는 운동과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을 하면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짜게 먹는 습관과 과도한 카페인 섭취, 음주 등은 피해야 한다. 이와 함께 뼈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미네랄과 비타민인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골다공증 치료제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치료제로 전해진다. 1990년대 후반부터 사용돼 30여 년간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 또 약을 중단하더라도 그 효과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잔류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치료제는 아침 공복에 복용 후 일정 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등 복용법이 까다롭고, 상부 위장관 계통의 불편감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대표적인 주사 치료 옵션이 바로 '데노수맙' 성분 바이오의약품이다. 6개월에 한 번 피하주사로 투여해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데노수맙 성분 약물은 뼈를 깎아내는 파골세포의 생성을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다. 기존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보다 골밀도 증가 효과가 더 우수하고 지속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외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골절 고위험군 환자에게 권고되고 있다.
골다공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치료 연속성'이다. 백 이사장은 "증상이 없으니 치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 환자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과거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치료 시작 후 2회 이상 투여를 지속하는 비율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임의로 중단할 경우 뼈 손실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백 이사장은 "후속 조치 없이 치료를 중단하면 약 10%의 환자에게서 척추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그중 70%는 여러 척추가 동시에 부러지는 다발성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3개월만 투여가 늦어져도 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사와 전체적인 치료 계획을 상의한 후 정해진 주기에 맞춰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골다공증 치료 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데노수맙 바이오시밀러 '스토보클로' 등이 등장하면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과 안전성이 동등함을 입증받은 의약품이다. 합리적인 약가로 공급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백 이사장은 "일부 환자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곤 한다"면서 "바이오시밀러 도입으로 약가가 20~30% 감소하면, 환자들이 꾸준히 치료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져 치료 지속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 이뤄진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따른 치료 지속성에 관한 연구들과 미국에서 실시된 '환자 본인부담금과 약물 순응도' 등 연구에 따르면 환자 자기 부담금이 20% 줄면 치료 지속률이 10~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보클로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편의성을 높여줄 수 있다. 지난달 98일 기준 상온 보관 조건이 최대 30도에서 63일 이내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됐다. 63일 이내 사용하지 않을 시 1회 재냉장이 허용된다.
스토보클로는 오리지널 제품 대비 약 13%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다. 건강보험 적용 시 환자 부담금은 월 5400원 수준에 불과해 '커피 한 잔 값'으로 골절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백 교수는 "골다공증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의료비 부담과 직결되는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라면서 "골절이 되고 나서 치료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없더라도 자신의 뼈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예방적 관점에서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가는 것이 100세 시대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기현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프로필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내과학 박사 △미국 에모리대학교 의과대학 방문 학자 △여의도성모병원 내과 과장 △여의도 성모병원 임상시험센터 소장 △대한골대사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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