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갈라파고스 규제'에 연간 1000억 손실

톡신 공정, 보편화된 기술…국가핵심기술 지정 시대착오
공정기술 등 이미 보편화…"물질인 '균주' 포함, 행정적 하자"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2025. 9. 29/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K-바이오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보툴리눔 톡신 산업이 낡은 규제에 발목 잡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년째 이어진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연간 최대 1000억 원의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보툴리눔 톡신 핵심기술 해제,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성 갖춘 식약처 등서 이미 '보툴리눔 톡신' 관리 중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K-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보툴리눔 톡신은 현재 5개 부처 7개 법령에 걸쳐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것은 이중 규제"라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기술은 이미 강력하고 촘촘한 규제망 안에 있다. 현재 이 기술 하나를 관리하기 위해 동원되는 법령은 5개 부처 소관의 총 7개에 이른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산업부의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생화학무기 테러 방지를 위한 '생화학무기법', 국민 보건을 위한 '감염병예방법', '약사법' 등이다.

업계는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을 또 규제하는 것에 대해 실익이 없는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 지연이 평균 4~6개월, 최대 1년에 이르는 상황이다.

연간 손실액 900억~1000억 추산…과도한 규제 비용

과도한 규제는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연간 기회비용 손실액은 900억 원에서 최대 1000억 원에 이른다. 이 비용은 단순히 수출 지연에 따른 손실을 넘어선다. 한 기업은 수출 승인 지연으로 시장 선점 기회를 놓쳐 경쟁사보다 최대 45%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야만 했다.

지난해 기준 보툴리눔 톡신 미용(62.39%)과 치료(37.61%) 분야가 빠르게 확장 중인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점유율은 4%대에 불과하다. 이미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해야 하지만, 정부 규제가 오히려 그 길을 막고 있는 형국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상임대표는 "최근 국내 17개 톡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2.4%에 달하는 14개 사가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찬성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동일한 조사(찬성률 70%)보다 12%P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K-바이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25. 9. 29/뉴스1 황진중 기자
톡신 공정, 이미 보편화…"첨단·핵심기술 아냐"

업계는 보툴리눔 톡신 제조 공정 등은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므로 핵심기술로 지정할 필요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발표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생산을 위한 핵심 제조 공정은 지난 1946년 논문으로 공개됐다. 현재 이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은 전 세계 15개국 50여 곳이 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우리나라만 해당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6년 '균주'까지 핵심기술에 포함한 조치는 기술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발표에 따르면 균주는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닌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국제미생물은행에 공개적으로 등록된 보툴리눔 균주 유전 정보는 2247건에 이른다. 특정 균주를 국가 비밀 등으로 묶어두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후발 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할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상임대표는 "산업기술보호법은 핵심기술을 '기술상의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라며 "물질인 균주를 포함한 것은 상위법에 저촉되는 중대한 행정적 하자"라면서 "지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 수렴이 거의 없었고, 관련 회의록 등 정보 공개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