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품귀 속 깊어지는 오남용 우려…식약처 '브레이크'

정상 체중자까지 처방 요구…비대면 진료 확산도 변수
보험 급여 적용 논의에 시장 확대 기대·우려 공존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비만치료제가 미용 목적이나 정상 체중 환자에게까지 처방되는 사례가 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급난 속 수요가 급증하고, 비대면 진료와 보험 급여 논의까지 겹치며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자, 처방 기준을 지키도록 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의료기관과 약국에 협조 공문을 보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주사제의 허가 범위와 주의사항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미용 목적 처방은 피하고, 전문의 진료를 거친 환자에게만 투여하라는 내용이다. 약국에도 냉장보관과 복약지도 지침을 강화해 부작용 정보를 반드시 전달하도록 했다.

지난 8월 국내 출시된 엘리 릴리의 '마운자로'는 저용량 일부만 공급됐고 고용량 도입은 지연되고 있다. 대형 병원에 공급이 집중되며 일반 약국은 환자 문의에 응답하기조차 어렵다. '위고비'와 '삭센다'도 공급 불안정이 반복된 바 있어 온라인 불법 거래나 해외 직구 등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확보한 DUR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 처방 건수는 출시 첫달 1만 1368건에서 올해 5월 8만 8895건으로 늘었다. 6월까지 누적 건수는 39만 5384건에 달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1분기 1086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으며, 위고비 매출만 794억 원이었다. 2분기에는 1686억 원으로 확대됐고, 그중 GLP-1 계열(위고비·삭센다·마운자로)이 1416억 원을 차지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상 체중 환자도 원하면 처방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확산으로 검증 절차가 느슨해진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장기간 복용과 생활습관 교정이 병행돼야 효과가 유지된다며 단기간 다이어트 목적 사용은 부작용과 체중 반등 위험을 키운다고 경고한다. 오심·구토·설사 같은 위장관 이상반응은 흔하며, 드물지만 췌장 질환 등 중대한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

보험 급여 적용이 검토되면 환자 부담은 줄겠지만, 미용 목적 수요까지 제도권으로 흡수되며 오남용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업계는 급여 확대 논의가 본격화될수록 처방 기준과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GLP-1 계열 주사제는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상지질혈증·수면무호흡증 등 동반 질환이 있을 때만 처방이 가능하다. 국제 기준과 같지만, 국내에서는 적응증 외 처방도 적지 않아 당국이 재차 기준 준수를 강조하는 이유다. 식약처는 불법 광고, 무자격 유통, 온라인 판매 단속도 병행하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효과만 믿고 무분별하게 쓰이면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식약처의 처방 기준 강화와 오남용 단속은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비만 환자만 전문의 처방에 따라 허가된 용법대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