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 '피투시란' 신속심사 지정…혈우병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A형·B형 구분 없이 출혈 예방효과…4~8주 투약해 편의성 높여
자가 투여 가능 '피하주사제형'…의료미충족 수요 충족 기대

siRNA 계열 혈우병 신약 '피투시란' 제품 모습./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사노피가 개발한 소간섭 리보핵산(siRNA) 계열 신약 '피투시란' 허가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허가될 시 A형·B형 혈우병을 가리지 않고 4~8주 간격으로 1번 자가 투약이 가능해 환자편의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효능과 편의성에 기반을 두고 혈우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피투시란은 최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품목으로 지정됐다.

GIFT는 식약처가 지난 2022년 9월부터 의약품 신속 심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식의약 규제개혁 100대 과제’의 일환으로 지원체계를 신설해 운영 중인 제도다.

GIFT 대상 품목은 일반심사 기간인 근무일 기준 120일 대비 25% 단축된 90일 내 검토 완료를 목표로 심사를 받는다. 안전에 직접 관련이 없는 일부 자료는 시판 후 제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활용된다. 또 준비된 자료부터 먼저 심사받는 수시 동반심사(롤링 리뷰)가 적용된다.

피투시란은 사노피가 개발한 혈우병 신약이다.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단백질인 '항트롬빈'을 표적 하는 siRNA 계열 치료제다. siRNA 계열 약물은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 등의 발현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내는 약물이다. 한 번 투약으로 상당 기간 질병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피투시란은 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큐피트리아'라는 이름으로 허가를 받았다. 적응증은 12세 이상 소아와 성인 A형 또는 B형 혈우병 환자에서 출혈 빈도를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한 일상적 예방요법이다.

혈우병은 혈액이 정상적으로 응고되지 않아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 유전성 출혈질환이다.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한국혈우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혈우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2240명가량으로 집계된다.

혈우병 환자는 혈액응고에 필요한 응고인자가 부족해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다. 작은 상처의 출혈이나 코피 등도 멈추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질환이 심할 시 외상이 없음에도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피투시란은 항트롬빈의 생성을 억제해 혈액응고를 촉진하는 트롬빈의 생성을 늘리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기존 약과 다른 새로운 기전 덕분에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를 보유한 환자와 항체가 없는 환자에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피투시란 효과와 안전성은 글로벌 임상 3상시험(임상명 아틀라스) 등을 통해 확인됐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피투시란 예방요법을 받은 혈우병 환자의 연간출혈률(ABR) 중앙값은 0.0회로 나타났다. 이는 임상에 참여한 모든 환자가 0회 출혈을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약물 효능이 매우 높아 대부분의 환자에서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투시란은 효능 외에도 편의성 부문에 있어 환자에게 자가 투약 가능성 등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피하주사제형(SC)으로 개발된 피투시란은 4~8주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다. 기존 정맥주사제형(IV) 약물 대비 환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는 "피투시란은 임상시험 결과 억제인자 유무와 관계없이 출혈 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투약 간격이 긴 SC 방식"이라면서 "편의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허가 시 의료 미충족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