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길수 원장 "약물방출 풍선 카테터, 혈관 재협착 새 치료옵션 기대"

제주수흉부외과의원 원장 "투석 환자, 지치지 않고 치료 이어가길 바라"
DCB, 올해 5월부터 보험급여 적용…임상서 재시술 빈도 낮춰

이길수 제주수흉부외과의원 원장./뉴스1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약물방출형 풍선 카테터(DCB)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도입됐습니다. 투석을 위한 동정맥루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혈관 재협착을 줄여줄 수 있는 새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이길수 제주수흉부외과의원 원장은 8월 21일 제주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제주수흉부외과의원에서 뉴스1과 만나 투석혈관 재협착과 폐색으로 인한 신장질환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역 의원 역할 중요…신뢰·연구 중심 혈관질환 치료

제주수흉부외과의원은 2018년 개원한 제주도 최초의 흉부외과 클리닉이다. 투석혈관, 하지정맥류를 중심으로 진료하고 있다. '신뢰받는 병원, 연구하는 병원,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병원'이라는 핵심가치 아래 끊임없는 연구와 교육을 통한 최고 수준의 혈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길수 원장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계획이었지만 여러 고민을 통해 제주도에서 개원했다. 개원 후 지역사회에서 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면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할 당시 대동맥 파열이 발생했지만, 서울 등에 있는 큰 병원에 갈 수 없었던 환자를 수술한 경험 등이 개원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길수 원장이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성인 심혈관질환은 고령일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노인성질환이다. 개원 당시에는 환자 자녀들이 수도권 등에 있어 큰 병원으로 가는 사례가 많았다. 또 지역 주민 또한 지역병원에 대해 신뢰가 부족한 분위기도 있었다.

이 원장은 "혈관질환을 환자를 오래 진료·치료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라이프 플랜'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개원하면서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연구하면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위해 병원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길수 제주수흉부외과의원 원장이 혈관 관련 시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 황진중 기자
말기 신장질환 환자 84% 혈액 투석…혈관 재개통 고통 겪어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말기 신장질환 발병률은 2010년 9335명에서 2022년 1만 8598명으로 12년간 2배 늘었다. 이들 중 84%가 혈액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투석은 말기 신장질환 환자들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며, 대개 주 3회 투석 치료가 이뤄진다.

이 원장은 "말기 신장질환은 신장 기능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몸에 노폐물이 쌓이고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심하면 급사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투석 치료가 필요하다. 투석을 위해서는 과도한 혈류를 처리할 수 있는 혈관이 필요하다. 이를 조성하기 위해 동정맥루 조성 수술을 통해 인공혈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기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는 반복된 혈액 투석으로 투석을 위한 혈관 통로인 동정맥루에 협착과 폐색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혈액 투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3~4개월에 한 번 혈관 재개통 시술을 받는다. 잦은 시술로 인한 고통과 경제적 부담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장은 "혈관 투석의 가장 큰 문제는 반복적인 협착이다. 혈관 내에서 세포가 계속 증식하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현상"이라면서 "우리 병원에서 연구한 환자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투석 혈관이 막힌 환자의 60%가 한 번만 막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3명 중 2명은 1개월 이내에 재폐색이 발생했고, 3개월 내에는 약 86%가 재발을 경험했다. 과거에는 수술 후 한 달 뒤에만 재진을 권했지만, 현재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더 짧은 간격으로 환자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시술 후 협착이 30~70%가량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도 재폐색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약물방출 풍선 카테터 'DCB' 모습./뉴스1
재개통 시술 빈도 56% 감소 'DCB' 보험급여 적용

최근에는 약물방출 카테터 DCB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투석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다소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보험급여가 적용된 DCB는 폐쇄성 병변을 가진 만성 신부전 환자의 투석혈관 치료에 사용된다. 일반 풍선 카테터로 경피적 풍선혈관성형술을 받은 후 3개월 내 동정맥루에 재협착이 나타난 경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DCB에 코팅된 '파클리탁셀'과 부형제인 요소(유레아)가 혼합된 약물은 시술 시 빠르게 혈관 내벽을 통해 흡수되면서 불필요한 세포 재생과 증식을 억제하고 혈관 재협착률을 낮춘다. 이렇게 전달된 약물은 최대 180일 동안 혈관 내벽에서 방출되며 효과를 유지한다.

동정맥루에 협착 병변이 있는 말기 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DCB는 기존 풍선 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 혈관성형술 대비 높은 1차 혈관 개통률을 기록했다. 또 말기 신장질환 환자의 6개월 내 혈관 확장 재시술 빈도를 절반 이상 줄였다. 기존 PTA 시술군 대비 개통 시술 필요성이 56% 더 적었다.

DCB는 3년 추적 연구 결과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3년 시점에서 일반적인 PTA 시술을 받은 환자군과 DCB 환자군 사이에는 약 14.7개월의 혈관 개통률의 차이가 확인됐다.

이 원장은 "혈관을 풍선으로 넓히면 일시적으로 좋아지지만, 고무줄처럼 다시 줄어들며, 시술 직후보다 다시 좁아지는 경우가 흔하다"면서 "해외 연구에 따르면 기존 풍선은 6개월 후 혈관이 막힐 확률이 40%인데, DCB는 이를 20%가량으로 줄였다"면서 "아직 국내 임상 결과는 부족하지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설명에 따르면 제주수흉부외과의원에서는 보험급여가 적용된 후 DCB를 현재까지 총 12명 환자 치료에 적용했다. 초기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장은 "이 치료법이 잘 맞는 환자는 재수술 횟수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투석 치료는 정말 지치는 일이다. 환자들이 지치지 않고 치료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환자 본인과 코드가 맞는 의료진을 만났다면 병원을 자주 바꾸지 말고 꾸준히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병원에 환자 당사자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길수 제주수흉부외과 원장 주요 경력

△동아대학교 의학사, 부산대학교 의학박사(혈관외과학) △국립강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독일 베를린 의과대학 DHZB 방문교수 △부천세종병원 흉부외과장(심장 대동맥·혈관) △한라병원 흉부외과장 △제주수흉부외과의원 원장 △대한흉부외과학회 논문심사위원 △대한혈관학회 논문심사위원 △대한심장학회 논문심사위원 △미국정맥학회 정회원 △대한정맥학회 정회원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