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약 '레트로졸' 기억·인지 담당하는 '해마' 손상시켜
- 김규빈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인턴기자 = 전이되거나 재발하는 유방암 치료에 주로 쓰이는 '페마라'(성분명: 레트로졸)가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해마를 손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레트로졸이 신경계의 기본 단위인 뉴런에서의 신경전달 기전을 방해하고, 해마 속에서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의 농도를 비정상적으로 상승시켜 신진대사를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페마라는 노바티스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로, 국내 제조사로는 광동제약 '레나라정', 신풍제약 '브레트라정' 등이 있다. 한독테바, 동아에스티 등에서도 레트로졸 성분의 약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28일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 신경과학과 니콜 저베이스 교수팀은 따르면 유방암 치료제인 페마라(성분명: 레트로졸)를 푸딩에 숨겨 원숭이 16마리에게 4주간 투여한 후 뇌를 관찰한 결과 해마의 기능이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레트로졸은 에스트로겐을 생성하는데 사용되는 효소인 '아로마타제'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유방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억제해,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레트로졸은 항암 내분비치료제의 일종이다. 유방암 환자의 90%는 수술을 통해 치료하기 때문에 레트로졸은 전이·재발성 유방암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쓰인다.
연구진이 영국국민건강서비스(NHS)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레트로졸 처방건은 75만 5866회로, 처방받은 환자 중 30%가 열, 피로감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간 레트로졸의 부작용으로는 10명 중 1명꼴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두통, 관절 통증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도 보고된 바 있다.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의 불균형, 수유, 가족력 등의 원인으로 유방 조직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유방암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유방암은 전체 여성암의 25%를 차지해 여성암 중 1위를 차지하며, 한국에서도 여성암 발병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방암 초기일 경우에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지만, 진행 상태에 따라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치료하게 된다.
이에 대해 송정윤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개인별로 다르지만 항암치료를 하게 되면 기억력 감퇴, 탈모 등의 부작용은 흔히 나타날 수 있다"라며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 담배를 멀리해 평소 건강한 면역체계를 쌓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12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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