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0억 투입해 '세계 최초' 의료기기 키운다…정부, 5대 기술 승부수
범부처의료기기사업단, 2037년까지 322개 프로젝트 지원
AI 로봇내시경·뇌-로봇 연결 등 글로벌 플래그십 개발 착수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정부가 오는 2037년까지 94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최고 수준의 차세대 의료기기 개발에 나선다. 단순한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임상시험과 인허가, 사업화까지 연결해 국내 의료기기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첨단 의료기기 개발 및 의료현장 연계 전략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차세대 의료기기 연구개발(R&D) 전략을 공개했다.
사업단은 내년부터 2037년까지 9400억 원을 투입해 총 322개 프로젝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판도를 바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지난 6년간 연구자와 의료진, 기업과 규제기관이 함께 축적한 전주기 연구개발 경험은 새 사업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혁신 기술이 의료 현장과 시장으로 이어지도록 연결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단이 올해 글로벌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선정한 분야는 △AI 기반 로봇 내시경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전신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디지털 PCR △방사선 치료기기 등 5개다. 기존 의료기기의 성능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세계 최초 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AI와 로봇을 결합한 내시경이 대표적이다. 현재 내시경은 의료진이 손으로 기기를 조작해 검사와 시술을 진행하지만, 개발 중인 기술은 AI가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를 영상으로 분석해 내시경 이동을 돕는 방식이다. 병변을 발견하면 화면 중앙에 계속 위치하도록 자동으로 추적하는 기능도 개발한다.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는 "환자의 움직임 등이 있어도 병변을 계속 가운데에 위치시키면 시술 시간을 줄이고 천공과 같은 의료사고 위험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뇌의 신호를 읽어 로봇을 움직이고, 로봇이 얻은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양방향 BCI' 개발에도 나선다. 뇌와 외골격 로봇을 연결해 마비 환자의 운동·감각 기능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미래기술원장은 "사람과 로봇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궁극적인 기술은 브레인 인터페이스"라며 "이번 과제의 핵심적인 키워드는 양방향 피드백"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기술 개발 초기부터 의료현장과 규제기관을 연결하는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의료기기는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임상시험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등의 관문을 넘어야 실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단은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규제 개선 건의사항을 사전에 취합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논의를 시작했다. R&D 초기부터 규제기관이 참여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허가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 원장은 "기술 개발 속도와 인허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뇌신경 인터페이스와 외골격 로봇을 각각 개발·허가한 뒤 두 기술을 결합한 의료기기의 인허가를 추가로 추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사업단은 향후 임상시험과 소프트웨어 신뢰성·사이버보안, 표준화 등 의료기기 상용화에 필요한 지원을 병행할 계획이다.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제 병원과 글로벌 시장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전 과정을 연결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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