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팔던 지멘스 헬시니어스, 병원 데이터·신약 파트너로 진화[문대현의 메디뷰]

영상장비 넘어 AI·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
국내 AI 의료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서 뷔 트란 지멘스 헬시니어스 아태지역 CEO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의료기기 시장의 경쟁 기준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선명한 영상을 구현하고, 얼마나 빠르게 검사를 수행하는지가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AI)과 정밀의료 시대가 열리면서 의료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사업은 병원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 반복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지멘스 헬시니어스도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지난 2018년 지멘스에서 독립한 이후 의료 데이터와 AI를 핵심 성장 분야로 삼았다. 2020년에는 미국 방사선 치료 기업 바리안메디컬시스템스를 인수하면서 암 진단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CT, MRI 등 영상진단 장비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AI 기반 영상 분석, 디지털 헬스케어, 정밀진단, 암 치료까지 연결하는 통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의료기기 기업의 경쟁력이 '더 좋은 장비를 만드는 것'에서 '장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로 바뀌면서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사업 방향도 달라진 셈이다.

회사는 AI 기반 영상 분석 솔루션과 자동화 워크플로우 기술을 통해 의료진의 진단 부담을 낮추고 진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장비 공급자의 역할에서 나아가 병원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3.0T MRI '마그네톰 비다'(좌)와 듀얼소스 CT '소마톰 포스'(우). (지멘스 헬시니어스 제공)
한국 병원 데이터 주목…공동 연구 거점 가능성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높은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디지털 병원 환경을 갖춘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축적된 의료 데이터와 의료진의 연구 역량도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한국을 단순히 장비를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의료 기술을 검증하고 공동 개발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려 하는데, 지멘스 헬시니어스 역시 국내 의료기관과 AI 기반 영상 분석, 디지털 의료 솔루션 분야에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AI 의료기업과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에는 국내 의료 AI 1세대 코어라인소프트(384470)와 의료 AI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외에 루닛(328130), 뉴로핏(380550), 딥노이드(315640), 에이아이트릭스 등 의료 영상 분석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와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기업이 AI 기술을 제공하고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이 해외 의료 현장 적용을 지원하는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신약 개발 과정에서 영상 바이오마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도 새로운 협력 기회가 열릴 여지도 있다.

체외진단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근 정밀의료는 AI 진단, 자동화 검사, 디지털 병리, 분자진단 플랫폼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하면서 의료기기 기업과 진단기업 간 협력 필요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더 이상 장비 공급업체에 머물지 않고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을 공동 연구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