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혈압도 위험은 다르다…24시간 혈압검사, 고혈압 관리 바꾼다[문대현의 메디뷰]

커프리스 혈압계 등장, 24시간 혈압 패턴 분석 확산
패턴 중심으로 고혈압 관리 패러다임 변화

스카이랩스의 반지형 혈압계 제품 모습. (스카이랩스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혈압은 정상인데 왜 뇌졸중이 왔을까

고혈압 진료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질문이다.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은 정상이었지만 이후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거나, 반대로 진료실에서는 고혈압으로 진단됐지만 일상에서는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사례가 적잖다.

이런 차이는 혈압이 하루 종일 변하는 생체신호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얼마나 높으냐'보다 '언제 높아지느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24시간 활동혈압검사(ABPM)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병원에서는 정상인데 집에서는 고혈압…'평균의 오류'

2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기존 고혈압 진단은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혈압은 수면과 식사, 운동, 스트레스, 흡연, 복약 시간 등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한다.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은 하루 중 한 시점의 수치일 뿐 실제 혈압 패턴 전체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이다. 백의고혈압은 병원에서만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경우를 말하고, 가면고혈압은 진료실에서는 정상이지만 일상에서는 혈압이 높은 상태를 뜻한다.

특히 의료계가 주목하는 것은 야간고혈압이다. 정상인은 잠을 자는 동안 혈압이 10~20% 정도 감소하지만, 일부 환자는 혈압이 거의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한다. 이런 비강하형 혈압은 뇌졸중과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료실 혈압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기상 직후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아침 혈압상승'(Morning surge)도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꼽힌다.

혈압반지 '카트'(CART)와 충전기. (스카이랩스 제공)
같은 혈압이어도 치료법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혈압을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24시간 패턴으로 보는 방향으로 진단 체계를 바꾸고 있다.

24시간 활동혈압검사는 평균 혈압뿐 아니라 주간과 야간 혈압, 수면 중 혈압 하강 여부, 아침 혈압 상승, 혈압 변동성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진료실 혈압을 보인다고 해도 밤에 혈압이 지속해서 높은 환자라면 복약 시간을 조정하거나 약제를 변경하는 등 치료 전략을 달리 세울 수 있다.

혈압 관리가 '수치를 낮추는 치료'에서 '위험한 시간대를 관리하는 치료'로 확장되는 셈이다.

이는 당뇨병에서 연속혈당측정기(CGM)가 평균 혈당(HbA1c)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혈당 변동성을 보여주면서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커프리스 혈압계 확산…24시간 데이터 시대 열린다

문제는 기존 활동혈압측정기(ABPM)의 불편함이었다. 커프를 팔에 착용한 채 30~60분마다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활동이 제한되고 야간에는 수면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에는 반지형 등 커프리스 혈압계가 등장하면서 이런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반지형 커프리스 혈압계인 'CART BP pro'는 기존 커프형 ABPM이 가진 불편을 줄이면서, 환자의 하루 혈압 흐름을 의료진이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단순히 측정 방식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혈압 데이터를 치료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커프 없이 일상생활과 수면 중 혈압을 연속 측정할 수 있어 더욱 자연스러운 혈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순응도가 높아질 경우 24시간 혈압검사의 활용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같은 혈압이라도 환자마다 위험은 다를 수 있다. 24시간 활동혈압검사는 그동안 진료실 혈압 뒤에 가려졌던 위험을 확인하는 검사로 평가받는다"며 "커프리스 혈압계의 확산은 혈압 관리 패러다임을 '평균'에서 '패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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