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시대의 디지털 건강관리 '건강모아'[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지난 3월 전국적으로 시행된 통합돌봄은 의료, 요양, 돌봄, 주거 서비스를 지역사회 안에서 연계해 고령자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통합돌봄의 성공 여부는 결국 대상자의 건강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3월부터 운영하는 '건강모아' 서비스는 통합돌봄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건강모아'는 건강검진 결과 투약 기록, 혈압·혈당 데이터, 운동량, 수면 정보 등 흩어져 있던 건강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건강정보 플랫폼이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공공기관 최초로 도입된 '가족 간 건강정보 공유 서비스'다. 부모가 동의하면 자녀가 부모의 건강검진 결과와 약물 복용 정보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녀가 부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효도가 가능해진 것이다.
'건강모아'는 통합돌봄의 방향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앞으로의 의료는 질병이 발생한 이후 치료하는 방식에서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디지털 헬스를 미래 보건의료체계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령자 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혈압이 상승하거나 혈당 조절이 잘 안되거나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변화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신호가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병 합병증, 구강노쇠와 노쇠 같은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변화를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일상 데이터가 건강 위험 신호를 미리 알려주는 디지털 헬스 시대가 열렸다.
'건강모아'의 또 다른 의미는 의료를 병원 밖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식사 사진을 촬영하면 영양소가 분석되고, 걸음 수와 수면 시간, 혈압과 혈당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건강은 더 이상 병원 진료실에서만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지속해서 관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고령자에게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있다. 혼자 생활하는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먼 곳에 있는 자녀가 함께 확인하고, 복용 중인 약물을 관리하며, 이상 신호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진과 가족, 돌봄 제공자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건강관리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10종 이상의 약물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만성질환자가 17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이들 환자는 171만 7000명에 달했으며, 약 80%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향후 지역사회 방문구강관리에서는 '건강모아'의 활용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문 구강관리에서 치료 전 환자의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문 대상자의 상당수는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매, 파킨슨병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며 여러 종류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고 있다. 특히 다제약물 복용은 구강 건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이는 충치와 치주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음식 섭취와 삼킴 기능을 저하해 영양 불균형과 폐렴, 더 나아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방문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가정을 방문하기 전에 '건강모아'를 활용해 건강검진 결과, 복용 약물, 혈압·혈당 기록, 최근 의료 이용 명세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환자의 위험도를 사전에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방문 현장에서는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의식 상태 등을 확인해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치과 진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저혈당, 실신, 흡인, 호흡곤란, 약물 이상반응 등 의학적 긴급상황을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응급관리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건강모아'가 혈압, 혈당, 운동량뿐 아니라 구강건강과 구강노쇠 관련 정보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통합돌봄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구강노쇠는 전신노쇠보다 2~3년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킴 곤란, 영양 불균형, 폐렴, 낙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구강건강 데이터는 고령자의 건강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중요한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
'건강모아'는 단순한 모바일 앱이 아니다. 가족을 연결하고, 의료와 돌봄을 연결하며,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디지털 통합돌봄 플랫폼이다. 초고령사회에서 건강은 더 이상 병원에만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의료진, 돌봄제공자, 지역사회가 함께 관리해야 할 공동의 과제다.
앞으로 '건강모아'가 구강건강을 포함한 다양한 건강정보를 통합하고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된다면, 질병을 치료하는 플랫폼을 넘어 건강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국가 디지털 건강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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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필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뇌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한 학자이자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으로 의료계와 학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의학과 치의학의 경계, 장애인 치과, 지역사회 구강돌봄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은퇴 후 황금 노후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후, 슬기로운 노후 준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