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넘었다고 포기 말자"…암 병기와 위험도 기반 치료 중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연구팀, 고령 결장암 환자 치료 전략 마련
개인별 맞춤 치료 전략이 생존 핵심, 고위험 3기라면 실익 뚜렷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대장항문외과의 이윤석, 배정훈 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75세 이상 고령 결장암 환자에서도 무조건 치료를 축소하기보다 암의 병기(병세)와 위험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치료하는 게 생존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이윤석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75세 이상 고령 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 항암화학요법 효과를 분석해 연령보다 암의 병기와 위험도에 기반한 치료 전략이 생존율 향상에 결정적 열쇠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열린 미국대장항문학회 'ASCRS 2025'에서 최우수 포스터상을 받았다. 그동안 치료를 망설이던 환자들에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 암 발생률 3위인 대장암은 매년 190만 명 이상이 진단받는 질환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되는데, 대장암 발생 3만 2610건 중 결장암이 1만 7103건(52.4%)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 중 3분의 1(5944명, 34.8%)가량이 75세 이상이었다.

결장암은 발견 시 이미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 항암화학요법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령 환자의 체력 저하와 부작용 우려, 명확한 임상 데이터의 부재라는 장벽에 부딪혀 의료진과 환자·가족 모두 딜레마를 겪어왔다.

따라서 이 교수팀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 결장암으로 근치적 절제술을 받은 저위험 3기와 고위험 2·3기 환자 158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75세 이상 고령 환자 394명을 선별해 연구한 결과 단 184명(46.7%)만이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팀은 "75세 미만 환자군의 항암치료 비율인 87.9%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수치로, 임상 현장에서 고령 환자에 대한 항암치료가 소극적으로 이뤄져 왔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항암치료 효과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고령 결장암 환자 394명을 △고위험 2기(164명) △저위험 3기(108명) △고위험 3기(122명)의 세 그룹으로 분류해 비교 분석했으며 가장 유의미한 효과는 고위험 3기에서 나타났다.

5년 전체 생존율(OS).(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공)

고위험 3기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치료 시행 시 5년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은 78.6%를 기록했으며, 이는 미시행군(49.1%) 대비 29.5%p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완치 척도로 불리는 5년 무병 생존율(Disease-Free Survival) 역시 48.2%에서 69.3%로 크게 개선됐다.

반면 고위험 2기와 저위험 3기 그룹에서는 항암치료의 유의성이 고위험 3기만큼 뚜렷하지 않았다. 이는 모든 고령 환자에게 일률적인 치료를 적용하기보다 맞춤형 전략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 고위험군에서 항암치료가 생존율을 뚜렷하게 높인다는 강력한 근거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그동안 고령을 이유로 치료를 주저하던 관행을 깨고, 적극적인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1저자인 배정훈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모든 의료의 핵심은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을 다각도로 검토해 치료 유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고위험 3기 고령 환자도 생존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결장암 치료는 병기에 따라 다르다. 1기는 내시경이나 복강경 절제로 완치 가능하나 2~3기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 항암화학요법이 요구된다. 4기는 항암제, 표적치료제 혹은 간·폐 전이 절제술을 시행한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