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홍보 '건강보조제' 105개 분석…54% 기준치 넘었다

[김규빈의 저널톡] 안전 경고·부작용 안내는 게시물에서 거의 누락
효능 과장 강조…연구진 "소비자 보호 장치 미흡"

김규빈의 저널톡 로고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인스타그램에서 해외 인플루언서가 홍보한 건강보조제 절반 이상이 비타민과 미네랄 권고 기준치를 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게시물에는 과량 섭취 시 부작용이나 금기 사항 안내가 거의 없어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하노버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연구진은 2021~2023년 독일 인플루언서들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건강보조제 광고 78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연구진은 총 61명(여성 51명, 남성 10명)이 올린 105개 제품의 성분과 표시사항을 제조사 웹사이트와 제품 포장을 함께 조사했다.

비타민 보충제 45개(54%)는 독일연방위해평가원 권고 최대치를 초과했고, 54개(64%)는 EU 일일 기준량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4개(5%)는 유럽식품안전청(ESFA)이 정한 '허용 상한 섭취량(UL)'에 도달하거나 이를 초과했다. UL은 장기간 섭취해도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최대치를 뜻한다.

한 제품은 비타민 A 함량이 3620㎍으로 UL(3000㎍)을 초과했고, 또 다른 제품은 비타민 D가 125㎍으로 UL(100㎍)보다 25% 높았다. 비타민 B6도 2개 제품이 UL(25mg)에 도달했다. 비타민 A는 간 손상·기형 유발, 비타민 D는 고칼슘혈증·신장 손상, 비타민 B6는 말초신경병증 위험이 있다.

미네랄 보충제는 38개(72%)가 권고량을 넘었고, 7개(13%)는 UL을 초과했다. 마그네슘은 5개 제품이 UL(250mg)을 넘었으며, 최대 402mg(UL 대비 161%)까지 포함됐다. 아연도 2개 제품이 UL(25mg)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건강보조제들은 대체로 단일 성분 제제가 적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복합제제는 여러 성분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돼 불필요한 성분까지 과잉 섭취할 수 있고, 이미 다른 영양제를 복용 중인 경우 총 섭취량이 허용 상한치를 넘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성분이 많아질수록 서로 간 상호작용으로 효능이 떨어지거나 약물과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커진다.

조사결과, 전체 105개 제품에서 857개 성분이 확인됐으며, 단일 성분 제제는 24개(23%)에 불과했다. 81개(77%)는 평균 8.16개 성분이 포함된 복합제제였다. 아연은 39개 제품(37%)에 포함돼 가장 많이 사용됐다.

마찬가지로 상호작용 정보는 제조사 30개 제품(29%)에서 표시됐으나, 인플루언서 게시물에는 없었다. 복용 금기 사항은 제조사 27개 제품(26%)에 기재됐고, 인플루언서 게시물에서는 2개 제품(2%)만 언급됐다.

안전성 관련 정보 제공은 부족했다. 제조사 대부분은 과량 섭취 경고(90%)와 복용량 안내(97%)를 기재했지만, 인플루언서 게시물에는 이런 내용이 거의 없었다. 부작용 정보는 제조사 제품 22개(21%), 인플루언서 게시물은 2개(2%)에만 있었다. 금기 사항도 제조사 제품 27개(26%)에 기재됐으나 인플루언서 게시물은 2개(2%)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플랫폼 소비자들에게 과장·허위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 심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인스타그램은 건강보조제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에 적합한 플랫폼이 아니다"며 "소비자 교육을 강화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약리학 학술지(Naunyn-Schmiedeberg's Archives of Pharmacology) 5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