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계도 피하지 못한 '관세 폭탄'…부담 적어도 대비는 필수
로봇 등 수입 품목 영향 조사 착수, 추가 관세 우려
"연구개발 단계부터 관세 다이어트 전략 짜야"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이어 의료기기에까지 관세를 매기려 하자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높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들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추가 관세 우려로 리스크가 커졌다.
관세 정책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법률과 제도를 활용한 고도의 수출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로봇, 산업 기계, 의료기기 등 수입 품목이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의료기기 품목은 주사기, 카테터, 봉합사, 거즈와 같은 기본적인 소모품부터 개인보호장비(PPE)까지 광범위하다. 마스크와 장갑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일 연방 관보 공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시작한 상무부는 270일 이내에 정책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절차를 마치면 상무부 장관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의료기기 관세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규제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 미국은 동일한 법을 근거로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도 관세를 부과한 바 있어 국가별 관세와 별도로 추가 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명재호 대륜 관세전문위원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은 단순히 세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제품의 국적을 따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완제품의 성능과 별개로 투입된 부품의 원산지가 수출 발목을 잡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미 관세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당장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차분한 모습이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은 이유가 크다.
미국 최대 의료기기 수출국은 멕시코, 독일, 코스타리카 등이 꼽힌다. 반면 한국 제품은 아직 미국 시장 내 인지도가 낮아 유럽이나 중동, 동남아 등 위주로 수출하는 상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3년 의료기기 업계 대미 수출액은 약 1억 4000만 달러(약 1900억 원)에 그친다. 전체 의료기기 수출액 57억 9000만 달러(약 7조 6000억 원) 중 약 2.5%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미국은 자국 내 원재료로 만든 의료기기의 경우 관세로 인한 일정 금액을 다시 환급해 주고 있어 일부 업체의 경우 관세 부담을 덜기도 한다.
그러나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미국의 통상 정책이 국내 의료기기 가격 경쟁력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올라 수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 위원은 "FDA 승인을 위해 제출한 부품 리스트와 관세 신고를 위한 원산지 증명 자료가 충돌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통합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며 "연구개발(R&D) 기획 단계부터 관세에 대비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 유통마진을 제외한 최초 거래가 기준으로 관세를 신고하는 최초판매규정을 활용하거나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품목분류(HS Code)를 고려한 제품을 설계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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