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아픔을 나눔으로…4·3사건 유가족, 1억 기부
고 김을생 할머니 생전 기부금·피해보상금 모아 전달
아너 소사이어티 4000호 가입…3대째 이어진 나눔 실천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제주4·3사건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한 유족의 피해보상금이 다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돌아왔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인 고(故) 김을생 할머니가 아너 소사이어티 특별회원으로 가입하며 전국 4000호 회원이 탄생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할머니의 유족은 할머니가 생전 기부한 2600만 원과 제주4·3 피해보상금 5000만 원, 아들 김춘보 씨가 보탠 2400만 원을 합쳐 총 1억 원의 기부금을 마련했다. 이 기부금은 고인의 뜻을 기려 김을생 할머니 명의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전달됐으며 이를 통해 전국 4000호 회원이 탄생했다.
지난 18일 제주 사랑의열매에서 열린 가입식에는 아들 김 씨와 가족을 비롯해 윤여준 사랑의열매 회장, 강지언 제주 사랑의열매 회장, 이상익 사랑의열매 사무총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해 아너 소사이어티 4000호 탄생을 축하했다.
김 씨는 평생 농사를 지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 온 기부자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성장한 그는 "어려운 사람들이 어려움을 더 잘 안다"는 생각으로 1994년부터 어려운 이웃을 익명으로 지원해 '얼굴 없는 농민천사'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농사를 지으며 평생 모은 2억 원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708호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나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그의 나눔은 다음 세대로도 이어졌다. 자녀 역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고 김 할머니의 가입으로 3대에 걸쳐 나눔을 실천하는 '패밀리 아너'가 됐다.
김 씨는 "어머니께서 평생 품고 살아오신 4·3의 아픔과 가족의 마음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남길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나눔은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 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이다. 2007년 12월 출범 이후 2015년 1000호, 2018년 2000호, 2022년 3000호를 넘어섰으며 이번 4000호 탄생으로 출범 19년 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현재까지 아너 소사이어티를 통해 모인 누적 기부금은 4495억 원에 달한다. 특히 부부와 가족,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패밀리 아너'는 현재 1109명(486가족)으로 전체 회원의 약 28%를 차지하며 나눔 문화 확산을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아너 소사이어티 4000호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특별한 기부자를 모시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이 나눔에 동참하고 세대를 넘어 나눔의 가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1998년 11월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