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가 더 좋은 거 아닌가요"…올해 독감 백신 '3가'밖에 없는 이유
WHO 권고 따라 전환…장기간 미검출 '야마가타' 제외
유료 접종도 3가만 가능…이른 유행에 조기 접종 권고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4가 백신이 없다고요? 4가가 더 좋은 것 아닌가요?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이 21일부터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국가예방접종 백신이 3가 백신으로 전환된 가운데 올해는 국가예방접종 대상자가 아닌 국민이 병의원에서 유료로 접종할 때도 사실상 3가 백신만 접종할 수 있게 되면서 "4가가 더 좋은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 유통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모두 3가 백신이다. 과거에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3가 백신이 사용되더라도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4가 백신을 유료로 접종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제조사들이 4가 백신 허가를 신청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선택지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접종을 앞둔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4가 백신이 더 좋은 것 아니냐", "3가로 바뀌면서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3가와 4가의 차이는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 종류 수다. 여기서 '가'(價)는 가격이 아니라 백신에 포함된 항원 또는 바이러스 계통의 수를 의미한다.
기존 4가 백신은 A형 H1N1, A형 H3N2, B형 빅토리아(Victoria), B형 야마가타(Yamagata) 등 총 4개 계통의 바이러스 항원을 포함했다. 반면 3가 백신은 이 가운데 B형 야마가타 계통을 제외한 A형 H1N1, A형 H3N2, B형 빅토리아 등 3개 항원을 담고 있다.
4가 백신에서 빠진 B형 야마가타 계통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 검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부터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을 3가 백신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고, 우리나라도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5~2026절기부터 국가예방접종에 3가 백신을 적용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은 2025~2026절기부터 3가 백신으로 전환돼 이번 2026~2027절기에도 동일하게 시행된다"며 "현재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검출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3가와 4가의 예방 효과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2024~2025절기부터 3가 백신으로 전환했고 일본·영국·대만 등도 잇따라 3가 체계로 바뀌고 있다.
질병청은 올해 유료 접종 시장에서도 4가 백신을 선택할 수 없는 배경으로 글로벌 백신 시장의 변화를 꼽는다.
질병청 관계자는 "대부분 국가가 3가 백신으로 전환하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별도로 4가 백신 허가를 유지하거나 새로 신청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그 영향으로 올해는 4가 백신에 대한 국내 허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가예방접종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21일부터 시작됐다. 어린이 가운데 2회 접종 대상자와 1회 접종 대상자, 임신부 모두 이날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연령별로 순차 접종한다. 75세 이상은 10월 6일부터, 70~74세는 10월 12일부터, 65~69세는 10월 15일부터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예방접종 필요성은 최근 유행 상황에서도 확인된다. 질병청이 공개한 37주 차(9월 7~13일)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의사 환자(ILI)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31.0명으로 집계됐다. 전주(25.3명)보다 22.5% 증가한 수치다.
이는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인 12.9명의 약 2.4배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7명)과 비교하면 약 4.6배 높다.
연령별로는 7~12세가 79.6명으로 가장 높았고, 1~6세 55.2명, 13~18세 39.8명 순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바이러스 검출률도 상승세다.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호흡기감염병 의심 환자 검체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비율은 24.6%였다. 최근 4주간 검출률은 10.0%, 12.3%, 16.3%, 24.6%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검출된 바이러스는 대부분 A(H1N1)pdm09형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3가와 4가를 비교하기보다 권고 시기에 맞춰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독감 유행이 이미 시작된 만큼 접종 후 면역이 형성되는 약 2주의 시간을 고려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백신을 맞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인플루엔자는 치료제와 예방접종이 모두 중요한 감염병"이라며 "증상이 있을 때 신속히 진단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면 환자 회복은 물론 추가 전파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절기 유행은 이미 시작됐지만 정점은 연말께 형성되고 환자 발생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예방접종을 통해 유행 규모와 정점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하락은 유행 시기와 확산 규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은 중증과 사망 예방이 가장 중요한 만큼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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