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크기 '혹' 달고 살던 아프리카 소년…한국서 기적 같은 새 삶

에스와티니 7세 탄도, 희귀 혈관·림프관 기형으로 기도까지 압박
세브란스 초청 수술로 15㎝ 병변 제거…"멋진 의사 되고 싶어요"

탄도가 수술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얼굴만 한 혹을 달고 살아야 했던 아프리카 소년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편하게 숨 쉴 수 있게 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에스와티니 7세 남아 탄도(Thandolubanduzi Sinemphilo)를 국내로 초청해 얼굴과 목을 뒤덮은 희귀 혈관·림프관 기형을 치료했다고 17일 밝혔다.

탄도는 선천성 희귀질환인 정맥림프관 기형을 안고 태어났다. 태아 발달 과정에서 정맥과 림프관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돼 발생하는 희귀 선천성 질환으로 신생아 약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주로 얼굴과 목 부위에 나타나며 병변이 커질 경우 기도를 압박하거나 음식을 삼키고 말하는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탄도의 병변은 생후 3개월 무렵 왼쪽 목에서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트럭 운전기사인 계부의 월 소득 약 125달러로 생계를 이어가는 형편상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웠다. 가족은 방 한 칸 규모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치료 시기를 놓친 사이 병변은 계속 자라 턱과 목을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얼굴에 커다란 혹이 생긴 데다 병변이 기도를 압박해 말하기도 어려웠다. 또래 아이들이 탄도를 꺼리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했다.

탄도의 사연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을 통해 세브란스병원에 전달됐다. 최재영 연세의대 학장의 요청으로 김다희 이비인후과 교수와 의료선교센터, 사회사업팀이 환아 상태와 치료 가능성을 검토했고 이후 탄도는 세브란스병원의 해외 환자 초청 치료사업인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GSGC)' 대상자로 선정됐다.

2011년 시작된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현지 의료 수준의 한계로 치료받지 못하는 해외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치료하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치료에 들어간 약 9000만 원의 진료비 전액을 지원했다.

정밀검사 결과 탄도의 병변은 턱과 목 깊숙한 정상 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침범한 상태였다. 기도를 압박해 숨길을 옆으로 밀어냈고, 음식을 삼키거나 씹고 목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근육에도 퍼져 있었다. 혀 움직임을 담당하는 설하신경과 안면신경, 외경동맥까지 병변에 둘러싸여 있었다.

특히 후두가 정상 위치에서 크게 밀려 있어 수술을 위한 기도삽관부터 쉽지 않았다. 의료진은 기도 확보에만 약 40분, 마취와 수술 준비에 2시간가량을 소요했다.

수술 전 탄도에게 마취를 시행하는 의료진들. (세브란스 병원 제공)

수술은 김 교수가 집도했다. 의료진은 기도를 확보하고 외형 변형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먹고 말하는 기능을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거된 병리조직 크기는 가로 15㎝, 세로 10㎝로 어린아이 머리 하나가 턱 아래 더 붙어 있는 것과 비슷한 크기였다.

김 교수는 전체 병변의 약 95%를 제거했다. 다만 혀뿌리와 구인두에 퍼져 있는 일부 병변은 의도적으로 남겼다. 이를 모두 제거할 경우 재건 수술이 필요하고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비인후과와 마취통증의학과를 중심으로 소아혈액종양과, 소아중환자의학과, 소아감염면역과, 사회사업팀이 협진 체계를 구축해 치료를 진행했다. 소아혈액종양과는 남아 있는 병변의 재발과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시롤리무스 치료를 계획했고, 소아중환자의학과는 수술 직후 집중치료를 담당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탄도가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병변이 계속 자라 기도를 막아 스스로 숨쉬기 어려운 상태로 진행될 위험이 컸다. 음식을 삼키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고, 얼굴과 목의 변형이 심해지면서 사회생활에도 큰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있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대부분 영아기에 병변을 발견해 치료하기 때문에 탄도처럼 치료가 지연돼 얼굴 크기만큼 자란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탄도는 모든 병변을 제거하는 것보다 앞으로 잘 먹고 말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탄도가 귀국한 뒤에도 시롤리무스를 복용하며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소견서를 전달했으며, 경과 관찰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병원과도 연계했다.

치료 과정에서 탄도에게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이전까지 특별한 장래 희망을 말한 적이 없던 탄도는 자신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지켜보며 "저도 저를 고쳐준 선생님처럼 멋진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다희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탄도, 어머니 셋이 퇴원 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세브란스병원 제공)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