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세포는 정체성을 잃는다"…노화 되돌릴 새 단서 찾았다
벨몬테 알토스랩스 교수, KSSCR 2026서 '중간엽 이동' 소개
부분적 세포 리프로그래밍으로 노화·질환 신호 완화 가능성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세포도 자신이 본래 맡았던 역할을 점차 잃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세포가 본래의 성질을 되찾도록 도우면 노화와 퇴행성 질환을 늦출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 미국 알토스랩스 교수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국줄기세포학회 연례학술대회(KSSCR 2026)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노화의 주요 특징을 아우르는 중간엽 이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스페인 출신의 벨몬테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중간엽 이동은 나이가 들면서 각 세포가 원래의 정체성을 잃고 염증이나 조직의 딱딱함을 일으키는 세포와 비슷하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벨몬테 교수는 "노화는 세포 안에서 서로 따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다"며 "세포가 자신의 정체성을 점차 잃어가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벨몬테 교수 연구진은 사람의 여러 조직과 노화·질환 관련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폐와 간, 신장, 심장 등 여러 조직에서 나이가 들수록 중간엽 세포의 특징을 나타내는 유전자 활동이 공통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벨몬테 교수는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어떤 세포인지 알려주는 특징을 잃고 다른 상태로 이동한다"며 "이 변화는 조직의 염증과 섬유화,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화 연구에서는 DNA 손상과 만성 염증, 세포 노화, 에너지 생산 능력 저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중간엽 이동'이 서로 달라 보이는 여러 노화 현상을 연결하는 공통된 과정일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같은 변화를 되돌릴 방법으로 '부분적 리프로그래밍'을 제시했다. 이는 쉽게 말해 다 자란 세포의 생물학적 시간을 일부 되돌려 젊은 상태에 가깝게 만드는 기술에 해당한다.
이는 세포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노화로 손상된 기능을 일부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 중간엽 이동을 일으키는 핵심 유전자나 신호를 조절하면 장기 섬유화와 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연구는 세포와 동물실험 단계가 중심이다.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한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벨몬테 교수는 "중간엽 이동은 다양한 노화 현상을 한꺼번에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이를 조절해 세포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노화 관련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전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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