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성패는 데이터·검증 인프라…국가 지원 필요"
학계 "뇌·AI 선순환하는 뉴로AI…전략적 투자 적기"
업계 "AI 설계는 수일·실험은 수개월…규제 인정 기준 마련해야"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양질의 데이터와 AI가 설계한 후보물질을 실험으로 검증할 국가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AI가 만든 예측 결과와 자료를 의약품 허가·심사에서 어디까지 인정할지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AI헬스케어포럼과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로AI뉴로AI 시대의 신약 개발 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에서 "뉴로AI는 신약 개발 메커니즘을 혁신하고 그동안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던 뇌질환과 신경계 질환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함께 중지를 모아 데이터 공유 기반을 마련하고 신기술 도입에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복 AI헬스케어포럼 공동대표는 "AI를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과 검증 임상 개발이 실제 치료 성과로 이어지려면 AI뿐 아니라 바이오·의료 데이터 연구기관 제약산업 의료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융합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로AI는 뇌의 작동 원리를 활용해 AI를 발전시키고 AI로 다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분석하는 분야다. 뇌과학과 AI가 서로의 발전을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핵심이다.
김안모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역전파 학습과 순환신경망 강화학습 트랜스포머 등 AI의 주요 기술이 뇌와 인지과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발전한 AI는 다시 방대한 뇌 신호를 분석해 사람이 보고 있는 영상이나 생각 의도 등을 추정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통해 뇌질환의 작동 원리를 밝히고 치료법 개발에 필요한 뇌 디지털 트윈과 뇌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국내 뉴로AI 연구의 과제로 △대규모 신경활성·뇌 구조 데이터 부족 △초정밀 뇌지도 생산시설 부족 △전용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인프라 부족 △뇌과학과 AI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인재 부족을 꼽았다.
그는 "뇌 연구부터 데이터 생산과 뇌 파운데이션 모델·디지털 트윈 개발까지 순환적 구조를 하나의 지붕 아래에서 수행해야 한다"며 "지금이 국가 차원의 뉴로AI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용호 성균관대 교수는 AI가 신약 후보물질을 무작위로 찾던 방식에서 필요한 물질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 바이오 기업은 다윗처럼 작아 힘으로 글로벌 빅파마를 이길 수 없다"면서도 "인공지능이라는 돌팔매를 이용하면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AI 모델 자체보다 이를 실험으로 검증하고 사업화하는 과정이 더 큰 병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재우 아이젠사이언스 대표는 "AI 설계는 수일이면 끝나지만 합성·검증에는 수개월이 걸리고 건당 수백만~수천만 원의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비용이 든다"며 "설계와 검증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폐쇄형 고리가 끊겨 자체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화학연구원과 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실험실과 합성 자동화·고속 스크리닝 설비를 AI 기업에 개방하는 'AI-웻랩 검증 바우처'를 제안했다.
제약사와 AI 기업이 초기 단계에서 기술을 공동 검증하는 단기·소액 개념검증(PoC) 사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제약사는 검증되지 않은 AI 기업에 핵심 과제와 데이터를 제공하기 어렵고 AI 기업은 실적이 없어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시작하기 어려운 '닭과 달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AI가 만든 자료의 규제 수용 기준과 다기관 데이터로 학습한 AI 모델의 권리 귀속 표준계약서 마련도 요청했다. 실패 데이터를 포함한 국가 연구개발 실측 데이터 개방과 AI 신약 개발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지원도 제안했다.
정부는 의료·제약 데이터 활용 기반과 규제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성일 보건복지부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제약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가공해 AI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데이터를 가명 처리해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헬스케어법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바이오기술과장은 뇌 파운데이션 모델과 약물 반응을 시험할 뇌 오가노이드 생산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소개했다. 내년에는 시냅스 수준의 초정밀 뇌지도 구축과 AI로 뇌 신호를 해석해 사지마비·뇌질환 환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브레인링크 이니셔티브'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남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허가총괄과장은 "AI 기반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품질을 어떻게 평가할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술을 개발하는 제약사·학계와 소통하면서 관련 내용을 업무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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