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어느 날 손톱에 까만 줄이…"이거 흑색종 아냐?" 철렁

손톱·발톱에 검은 줄 형태로 나타나…폭·색 변화 살펴야
병기 높아질수록 전이·재발 위험 커져 조기 진단 중요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30대 A씨는 어느 날 엄지손톱에 없던 까만 줄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겠거니 했지만 줄은 점점 진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다 손톱에 생긴 검은 줄이 피부암인 흑색종의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큰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흑색종이 아닌 흑색조갑증이었다.

손톱 검은 줄 점점 넓어진다면…흑색종 의심

흑색종은 피부색을 만드는 멜라닌세포가 악성화하면서 발생하는 피부암이다. 발생 빈도는 높지 않지만 악성도가 높고 전이가 빠를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악성 흑색종 환자는 2020년 640명에서 2023년 713명으로 증가했다. 2023년에는 전체 암의 0.2%를 차지했다.

흑색종은 일반적인 점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어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에게서는 손바닥, 발바닥, 손발톱 아래 등 신체 말단에 발생하는 '말단 흑색종' 형태가 흔하다. 자외선 노출 부위에 주로 발생하는 서양권 흑색종과 달리 한국인에게서는 평소 잘 관찰하지 않는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점이나 멍, 발톱 무좀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대표적인 의심 신호는 ABCDE 법칙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대칭적인 모양(Asymmetry) △불규칙한 경계(Border) △여러 색이 섞이는 경우(Color) △지름 6㎜ 이상(Diameter) △크기·색·모양이 변하는 경우(Evolving) 등이다.

김안나 고려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흑색종은 초기에 일반 점과 매우 비슷해 환자 스스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병이 진행되면 빠르게 전이되는 위험한 피부암인 만큼 의심 병변이 있다면 조기에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손발톱에 생기는 흑색종은 검은 줄의 폭과 색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갑석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손톱과 발톱에는 까만 줄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경우 ABCDE에서 C(색깔)와 E(변화)를 보면 된다"며 "까만 줄의 폭이 끊임없이 넓어지면서 색깔이 요란해진다면 흑색종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손발톱 주변 피부까지 색소가 번지거나 손발톱 모양이 변하는 경우에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흑색조갑증과 겉모습 비슷해…변화 있다면 진료

손발톱에 검은 줄이 생기는 흑색조갑증은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문제는 초기 손발톱 흑색종과 양성 흑색조갑증의 겉모습이 비슷해 육안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손발톱 기질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다만 손발톱 변형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어 병변의 양상과 변화 등을 종합해 검사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손발톱 흑색종과 양성 흑색조갑증을 구별하는 AI 진단 보조 기술도 개발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기반 AI 모델은 두 질환을 구별하는 데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으며, 의료진이 AI 결과를 참고했을 때 전체 진단 정확도도 70%에서 80.8%로 향상됐다.

흑색조갑증에 비해 손발톱 흑색종은 빠르게 넓어지거나 진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손톱 주변의 피부까지 퍼지는 양상을 보인다. 아래쪽 사진들은 AI가 두 가지를 구분하는 데에 중요한 부분을 활성화(Class Activation Map)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흑색종으로 진단되면 병변의 두께와 궤양 여부, 림프절 전이 등을 확인해 병기를 정하고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가능성이 높지만 병기가 높아질수록 전이와 재발 위험이 커진다.

이 교수는 "암의 병기로 따졌을 때 1기까지는 흑색종에서부터 약 1㎝ 정도까지 절제하면 치료가 끝나고 5년 생존율도 90% 이상"이라며 "다만 림프절 전이가 일어난 3기부터는 수술을 해도 재발이 잘 되는 데다 흑색종은 쓸 수 있는 항암제가 대단히 제한돼 있고 항암제를 써도 5년 생존율이 약 20%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고가의 면역항암제가 의외로 잘 듣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흑색종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한 암"이라고 강조했다.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반복적인 햇볕 화상과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흑색종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한국인에게 비교적 흔한 말단 흑색종은 자외선과의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햇빛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평소 얼굴이나 팔·다리뿐 아니라 손바닥·발바닥·손발톱처럼 잘 보지 않는 부위까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발바닥 등 평소 잘 보지 않을 만한 곳들도 잘 살피고 문제가 있다면 곧바로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며 "그렇다고 점에 대해 너무 겁을 내기보다는 흑색종의 중요한 포인트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